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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생계비 대출 받은 20대, 6명 중 1명 이자 8000원도 못 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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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저신용자에게 급전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20대 6명 중 1명은 매달 8000원 정도의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일각에선 대출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제도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17일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20대 이하 소액생계비 대출 이자미납률은 15.5%로 나타났다. 지난해 평균 대출금액(58만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자는 매월 7700원 수준인데 이를 한 달 이상 못 낸 비율이다. 30대(12.7%)와 40대(10.3%)가 20대 뒤를 이었고, 전 연령대 이자미납률은 10.5%로 집계됐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원리금 연체율(6.15%·지난해 3분기 말 기준)이나 대부업체 원리금 연체율(10.9%·지난해 2분기 말 기준) 등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신용 평점 하위 20%, 연 소득 3500만원 이하 성인에게 연 15.9% 금리로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정책금융으로, 지난해 3월 출시됐다. 매달 이자만 갚은 뒤 원금은 만기에 한 번에 상환한다. 대부업조차 이용이 어려운 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지 않도록 재기를 돕겠다는 목적이다.

서금원은 처음엔 50만원을 빌려준 뒤 이자를 6개월간 성실 상환할 경우 대출금리를 연 9.9%까지 낮추고, 50만원 더 빌릴 수 있게 해준다. 매월 이자 상환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말 8% 정도였던 이자미납률은 매달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20대 이자미납률은 지난해 9월 말(11.4%)과 10월 말(13.4%)을 거치며 가파르게 올랐다.

고용이 불안하고 소득 기반이 취약한 20대가 고금리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자를 밀리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월 몇천원에 불과한 이자 미납은 성실 상환 의지가 줄어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자·무소득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쉬운 대출이 제도 취지와는 달리 무계획 대출을 유발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서금원은 “올 3월 첫 1년 만기가 돌아온 뒤 원금까지 연체하는 경우를 집계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실 상환은 제도 지속성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올해 소액생계비대출은 은행권 기부금 500억원과 기존 대출 회수금으로 운용된다. 은행권 기부금도 내년까지라, 향후 원금이 원활하게 상환돼야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 오기형 의원은 “소액생계비 대출 제도 자체는 필요하지만, 재원 등 측면에서 한계점이 있다”며 “여러 정부부처가 협력하여 청년을 위한 일자리 생태계 확보, 기본자산 형성 지원 등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자 미납률·연체율 통계를 금융 취약계층 발굴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부채관리 컨설팅 등 이차적인 지원을 통해 근본적인 경제적 자립을 도와야 한다는 의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불법 사금융을 막겠다는 제도 취지를 고려해 연체자에게 이자와 원금 상환을 독촉하는 방식으로만 접근하기보다 대출자가 필요한 지원책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라며 “정부의 복지·지원 서비스를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을 먼저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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