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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공격받아도 美 안 도울 것"…트럼프 컴백? 서구가 떨고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첫 경선(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과반을 득표하며 압승하면서 세계 각국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동맹국마저 놀라게 했던 '미국 우선주의 (America First)'가 부활하는 등 안보·무역 정책 등에 광범위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경선을 앞두고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경선을 앞두고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 무역 분쟁에 촉각 

16일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한 토론회에서 "첫 번째(트럼프 1기)도 (캐나다에) 쉽지 않았고, 두 번째(트럼프 2기)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첫 경선 승리에 대해선 "퇴보이자 많은 고통과 분노를 반영하는 포퓰리즘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미국은 캐나다의 상품·서비스 수출 75%를 차지하는 주요 교역국이자 전통적인 우방국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당시 관세 부과 문제를 두고 양국은 갈등을 겪었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과 캐나다 간의 무역 협정을 재협상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보호무역 정책으로 선회하면 캐나다와의 무역 분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019년 만났을 당시의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019년 만났을 당시의 모습. AP=연합뉴스

유럽 "안보에 위협"  

유럽에서도 '트럼프의 귀환'이 실현되면 미국과의 안보 동맹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벨기에의 알렉산더르 더크로 총리는 이날 유럽의회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올 경우 유럽은 홀로 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유럽이 홀로 남게 될 전망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고 유럽은 더욱 강하고 자립적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독일 기민당의 노르베르트 뢰트겐 의원은 현지 언론에 "이제 독일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를 집중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미국의 도움 없이도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독일이 무기 생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독일 사회민주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 카타리나 발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라며 "유럽은 스스로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영국 해외정보국(MI6)의 리처드 디어러브 전 국장은 현지 언론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동맹을 공격했다"며 "그의 재선은 영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탈퇴,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우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유럽은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를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 경선 승리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겠다"고 했다. 그간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무기를 보내고 있다"며 "(내가) 재집권 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내겠다"고 장담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아이오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아이오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또 집권 당시엔 나토 탈퇴를 종종 거론해왔다. 나토 주요국이 경제력에 비해 적은 분담금을 내 미국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였다. 그가 재임 시절인 2020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만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 "EU가 공격받아도 미국이 결코 도와주러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일화가 최근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다.

앞서 폴리티코는 스위스에서 15일부터 시작된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 모인 세계 지도자들이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국이 반세계적(anti-global) 행보를 보일까봐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내 안보 우려가 커지자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진화에 나섰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나토를 탈퇴하지 않고 확고한 동맹국으로 남을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갖지 못한 나토 30개 회원국을 동맹국으로 보유하는 게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만은 유럽 동맹국들이 분담금을 충분히 지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유럽 국가들이 지출을 늘리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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