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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천년 '전설의 구들' 불 지폈다…'꿈의 수행처' 아자방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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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칠불사 아자방 아궁이에 불을 때는 모습. [사진 칠불사]

하동 칠불사 아자방 아궁이에 불을 때는 모습. [사진 칠불사]

지난해 말 국가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경남 하동군 아자방지(亞字房址)가 최근 복원공사를 마치고 다음 달 7일부터 약 3개월간 한시적으로 공개된다. 건축된 지 1000년이 넘은 아자방은 그동안 서산대사 등 고승들이 수행처로 이용했으며 내부가 일반인에게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산대사·월송선사 등 고승 수행처로 이용

경남 하동군 칠불사 도응 주지 스님은 17일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아자방지에 대한 복원공사가 최근 마무리됐다”며 “다음 달 7일부터 부처님 오신 날까지 한시적으로 내부를 일반인들에게 처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후에는 사찰 아래쪽에 아자방 체험관이 만들어져 있어 이곳에서 일반인들이 아자방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동 쌍계사에서 11㎞ 정도 떨어진 칠불사 대웅전 옆에는 ‘전설의 구들’이라 불리는 아자방지가 있다. 전통 난방시설인 구들이 1000년 넘게 보존돼 온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22일 국가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다. 아자방지는 크게 구들에 열을 공급하는 아궁이와 스님이 수행하던 온돌방,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아자방지를 최근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현재 아궁이에 불을 때는 등 시험 가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칠불사 측 설명이다.

하동 칠불사 대웅전 왼쪽에 있는 아자방지 모습. [사진 칠불사]

하동 칠불사 대웅전 왼쪽에 있는 아자방지 모습. [사진 칠불사]

지난 2015년부터 최근까지 복원공사를 한 칠불사 아자방 내부 모습. [사진 칠불사]

지난 2015년부터 최근까지 복원공사를 한 칠불사 아자방 내부 모습. [사진 칠불사]

아자방은 신라 효공왕(897∼912년) 때 ‘구들 도사’라 불리던 담공선사가 이중 온돌 구조로 처음 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은 길이가 8m인 직사각형 모양이다. 여기에 바닥에서 45㎝ 높이 좌선대가 마련돼 있다. 이런 구조가 ‘아(亞)자’를 닮아 아자방이라 불린다. 방을 왜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스님들이 좌선대에 올라 면벽 수행을 하다 바닥으로 내려와 다리를 풀고 쉬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짐작한다.

직사각형 모양…아(亞)자 닮아 ‘아자방'으로 불려

도응 스님은 “아자방은 대웅전에서 온돌방만 보면 아(亞)자 모양이지만 방 왼쪽에 입구(口)자 모양의 큰 아궁이(부엌 부분)가 있어 벙어리 아(啞)자로 보이기도 한다”며 “이 방에서 수행하는 스님이 묵언하며 올곧게 정진하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자방이 있던 건물은 1949년 불에 탄 뒤 1982년 전후 대부분 복원했다. 하지만 온돌 바닥은 복원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과정에 아자방지는 1976년 경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고, 그 뒤 1981년부터 2015년과 2017년 3차례에 걸쳐 문화재청 등에서 발굴했다. 당초 사찰 측에서 아자방 건물 등이 국군의 작전 중에 소실됐다고 지적하면서 실태 조사도 진행됐다.

초창기 조사 때부터 참여한 당시 문화공보부(현 문화재청) 문화재보수과 기술직원이었던 변철수(71·도원아텍 대표)씨는 아자방 구조에 대해 “스님들이 좌선대에서 장기간 참선하다 보면 다리에 피가 통하지 않아 곧바로 일어설 수 없는데 아자방 구조는 회전의자처럼 좌선대에서 몸을 180도 돌리면 곧바로 바닥까지 다리를 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며 “당시에도 여러 스님이 아자방을 꿈의 수행처로 여긴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아자방지에서는추월조능·벽송지엄·서산대사·부휴대사·초의선사·월송선사 등 수많은 고승이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 포털 등에 따르면 아자방 온돌은 1000년이 넘는 동안 형태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특히 불을 넣으면 위아래 온돌과 벽면까지 한참 동안 따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정보에서는 한 번 불을 때면 ‘한 달 동안’ 따뜻하다고 하나, 축조 당시에는 ‘석 달 열흘’ 즉, 100일간 온기가 골고루 유지됐다는 이야기도 내려온다.

하동 칠불사 아자방 모습. 가운데 국가민속문화재 지정서를 확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칠불사]

하동 칠불사 아자방 모습. 가운데 국가민속문화재 지정서를 확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칠불사]

『천 년의 비밀, 아자방 온돌』이라는 책을 쓴 김준봉 국제온돌학회 회장은 “아자방 아궁이는 서서히 오래 열기를 공급하고 구들과 고래(불길과 연기가 움직이는 길) 두께나 형태 등도 다른 온돌과 달라 오랫동안 열기를 품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칠불사가 있는 지리산은 상봉인 천왕봉(1915m)과 주봉인 반야봉(1732m)으로 연결돼 문수보살이 상주하는 영험한 곳으로 전해진다. 칠불사 창건 설화도 신비롭다. 많은 설화중 가락국 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이곳에서 수행하다 성불을 해 칠불사가 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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