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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석의 용과 천리마] 북‧중 관계와 미 대선

중앙일보

입력

올해 북?중 관계에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는 북?중 정상회담이다.

올해 북?중 관계에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는 북?중 정상회담이다.

올해 북‧중 관계에서 가장 큰 이벤트는 북‧중 정상회담과 미국 대선이다.

북‧중 정상회담은 2019년 6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이번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차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평양을 방문했으니 김정은이 움직일 순서다. 김정은도 그렇게 하고 싶을 텐데 중국이 언제 초청할지가 관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궁금증이 유발되지만 확인하기 어려운 일이 지난해 말에 있었다.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해 12월 18일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것이다. 오랜만에 북한 고위층 인사가 공개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왕이는 “중국은 항상 전략적 고도와 장기적 관점에서 북‧중 관계를 바라본다”고 말했다. 이에 박명호는 “북한은 계속해서 중국과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의 이익을 수호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십 년 동안 의례적으로 주고받은 외교적 수사였다.

외교적인 수사만 늘어놓던 두 사람이 빼놓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올해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잘 개최해 북‧중 우호 협력 관계를 다지자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북‧중은 수교(1949년 10월 6일)를 맞아 특별한 행사가 없었다. 당 창건일, 정부 수립일 등 더 굵직한 행사들이 많아서다.

북‧중 수교 60주년을 맞아 2009년 원자바오 총리가 방북한 것이 그나마 큰 행사였다. 그때 원자바오는 북‧중 수교보다 딴 곳에 마음이 있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그의 건강 상태와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북‧중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까에 관심이 더 컸다. 북한은 그동안 북‧중 수교보다 나흘 뒤에 열리는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에 훨씬 큰 비중을 두었다.

이번에 박명호는 왕이를 만나기 사흘 전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났다. 쑨웨이둥은 박명호의 중국 파트너다. 두 사람은 올해 북‧중 수교 75주년을 계기로 양국 우호 협력 관계를 심화하고 전략적 소통과 조정을 강화하자고 합의했다.

박명호는 쑨웨이둥과 실무적인 업무를 끝낸 뒤 왕이를 만났는데, 그것이 의례적인 만남인지 특별한 내용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북‧중 정상회담은 그동안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와 북한 노동당 국제부가 조율해 왔다. 아직 두 기관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러면 왕이-박명호 만남은 의례적인 일일까.

왕이-박명호 만남에 주목하는 이유는 공개된 내용을 보더라도 평양에서 왕야쥔 주북한 중국대사와 협의해도 되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박명호가 굳이 지난해 12월 베이징을 방문해 협의할 정도인가 싶다. 그래서 북‧중 수교 75주년에 ‘큰 행사’를 준비하거나 아니면 중요하게 협의할 다른 내용이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이다.

김정은은 북‧중 수교 즈음이 아니더라도 올해 베이징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오랜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영향으로 나빠진 경제 사정을 고려하면 중국의 지원이 절실하다. 북-러 밀착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더 많은 경제 지원을 위해서는 베이징을 방문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이 김정은을 초청하는 것은 중국의 일정에 달렸다. 우선 대만 총통 선거(1월 13일)의 결과에 따른 양안 문제가 중요하다. 그것이 어느 정도 정리된 다음에 김정은의 초청을 고민할 것이다. 그리고 북‧중 수교 날은 미국 대선(11월 5일)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있어 양국이 피하고 싶을 것이다. 특히 김정은이 트럼프의 재선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어 북‧중 정상회담과 같은 ‘큰 행사’를 준비할 여력이 없을 수 있다.

그렇다면 3월~9월인데, 시진핑의 결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미국 대선은 올해 북‧중의 최대 관심사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북‧중에게 부담스럽다. 하지만 조금 북‧중을 이해하고 갈등보다 협력할 가능성이 있는 대통령을 선호할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트럼프다. 그는 동맹보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한·미‧일 동맹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일 동맹 강화는 그동안 북‧중에게 큰 부담이었다.

미‧중 관계는 누가 되더라도 미국의 국익 차원에서 미세한 변화가 있을지언정 대중 압박에서 전환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북‧미 관계는 다르다. 트럼프가 지금도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있듯이 만약 그가 당선되면 ‘Again 2018’이 될 수 있다.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의 실패를 교훈 삼아 그 연장선에서 북‧미 관계가 요동칠 수 있다.

그러면 중국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중국은 2018년 갑작스러운 북‧미 정상회담 발표에 어리둥절했다.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설마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리라고는 꿈엔들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급기야 북한의 연속적인 핵실험으로 미뤄왔던 북‧중 정상회담을 서둘렀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되면 시진핑은 북‧미 관계에 다시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딴마음을 먹지 않도록 달래거나 단속하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진핑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을 보고 북‧중 정상회담을 만지작거릴 것이다. 만약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진행한다면 공식 발표가 있기 전에 정보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만 또 뒤통수를 맞는 일을 피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의 공식 통보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북한을 비롯해 한국‧미국‧일본 등에서 정보를 얻으려고 준비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김정은은 지진 피해로 힘들어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에게 ‘각하’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위로 전문을 보냈다. 한국을 향해 포탄 세례를 한 것과 달리 일본에 손을 내밀었다. 북‧일 정상회담을 여러 차례 제의했던 기시다가 어떤 대응을 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중국도 이번 김정은의 위로 전문을 예민하게 지켜볼 것이다.

2024년 벽두부터 동북아시아가 술렁대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한국은 총선(4월), 일본은 자민당 총재 선거(9월), 미국은 대선(11월) 등 정치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북‧중 관계는 이들 정치 이벤트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 그것은 고스란히 한국에도 영향을 준다. 2023년과는 외교 지형이 분명히 바뀔 것이다. 조그만 변화도 놓쳐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아전인수로 판단하지 않기를 바란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북‧중에게 부담스럽다. 하지만 조금 북‧중을 이해하고 갈등보다 협력할 가능성이 있는 대통령을 선호할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트럼프다. 그는 동맹보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한‧미‧일 동맹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일 동맹 강화는 그동안 북‧중에게 큰 부담이었다.

미‧중 관계는 누가 되더라도 미국의 국익 차원에서 미세한 변화가 있을지언정 대중 압박에서 전환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북‧미 관계는 다르다. 트럼프가 지금도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있듯이 만약 그가 당선되면 ‘Again 2018’이 될 수 있다.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의 실패를 교훈 삼아 그 연장선에서 북‧미 관계가 요동칠 수 있다.

그러면 중국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중국은 2018년 갑작스러운 북‧미 정상회담 발표에 어리둥절했다.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설마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리라고는 꿈엔들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급기야 북한의 연속적인 핵실험으로 미뤄왔던 북‧중 정상회담을 서둘렀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되면 시진핑은 북‧미 관계에 다시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딴마음을 먹지 않도록 달래거나 단속하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진핑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을 보고 북‧중 정상회담을 만지작거릴 것이다. 만약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진행한다면 공식 발표가 있기 전에 정보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만 또 뒤통수를 맞는 일을 피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의 공식 통보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북한을 비롯해 한국‧미국‧일본 등에서 정보를 얻으려고 준비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김정은은 지진 피해로 힘들어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에게 ‘각하’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위로 전문을 보냈다. 한국을 향해 포탄 세례를 한 것과 달리 일본에 손을 내밀었다. 북‧일 정상회담을 여러 차례 제의했던 기시다가 어떤 대응을 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중국도 이번 김정은의 위로 전문을 예민하게 지켜볼 것이다.

2024년 벽두부터 동북아시아가 술렁대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한국은 총선(4월), 일본은 자민당 총재 선거(9월), 미국은 대선(11월) 등 정치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북‧중 관계는 이들 정치 이벤트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 그것은 고스란히 한국에도 영향을 준다. 2023년과는 외교 지형이 분명히 바뀔 것이다. 조그만 변화도 놓쳐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아전인수로 판단하지 않기를 바란다.

고수석 국민대 겸임교수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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