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철거면적 부풀려, 업체에 39억 더 줬다…재개발·재건축 비리 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일대 친환경 주거단지 조감도. [중앙포토]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일대 친환경 주거단지 조감도. [중앙포토]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소속 강모 조합장 등 임직원은 2011년부터 8개월 동안 재개발 관련 입찰 정보를 용역업체에 제공하고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과 돈을 준 D 설계업체 대표는 무더기로 구속됐다.

#서대문구 가재울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소속 유모 조합장은 2007년 10월 철거업체와 공모해 철거면적을 부풀려 사업비 39억원을 부당 지급했다고 한다. 고철을 팔아 13억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유씨도 횡령·사기·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2010년 조합장과 시공사가 공모해 조합원 서면 동의서 44건을 위조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조합원 총회서 해당 시공사를 사업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총회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한 조합원 서류를 임의로 작성했다. 경찰은 당시 재개발 조합장과 삼성물산 관계자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 서대문구가 16일 공개한 재개발·재건축 비리다. 서대문구는 이날 서울시청에서 “전국 최초로 재개발·재건축 가이드 백서를 펴냈다”고 밝혔다.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설명·정보는 물론 조합 운영 문제점과 개선방안까지 실증적으로 제시한 백서가 나온 건 처음이다.

서대문구, 재개발·재건축 가이드 백서 발간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16일 서울시청에서 재개발·재건축 가이드 백서를 소개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16일 서울시청에서 재개발·재건축 가이드 백서를 소개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문재인 정부 5년간 서울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증가율이 61.9%(96.1→155.6)를 기록하는 등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재개발·재건축에 관심이 커졌다. 실제로 서대문구도 2022년 7월 이전 38곳이던 정비구역이 1월 현재 55개소로 증가했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 정비 사업은 추진 절차가 복잡하고 조합원들의 이해 부족이나 일부 조합 임직원의 부조리한 운영으로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사업 지연으로 이어져 조합원 재산권 피해를 유발하고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것이 서대문구의 설명이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재개발·재건축 정비 사업이 사회적 갈등·문제를 유발하는 현실에서 투명하게 조합을 운영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백서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재개발·재건축 용역 계약 개선 방안 정리 

서대문구가 전국 최초로 발간한 재개발·재건축 가이드 백서. [사진 서대문구]

서대문구가 전국 최초로 발간한 재개발·재건축 가이드 백서. [사진 서대문구]

백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정비 사업 문제점을 기록한 대목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 단계별 사건·사고를 분석해 정비사업 시행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원인을 정리했다.

이에 따르면 대부분의 정비사업 이권·비리는 각종 계약에서 비롯한다. 특히 조합마다 상이하게 체결하는 ▶국·공유지 무상양도 용역계약 ▶건축물·지장물·석면 등 시공자 용역 계약 ▶이주관리 용역계약 ▶범죄예방 용역 계약 현황을 분석했다. ▶홍보(아웃소싱) 요원 사용과 장기간 조합 미해산(미청산) 실태도 수록했다.

조합 운영에서 발생한 문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용역·협력 업체 선정 시 금품수수 ▶협력업체 간 뇌물 공여·수수 ▶업무상 배임과 문서 위조 ▶시공사 선정을 위한 서면결의서 위조 ▶과도한 용역대금 산정 등이다.

개선 방안도 내놨다. 예컨대 시공사와 공사 계약을 체결할 때 어떻게 철거를 해야 하는지, 조합 해산은 언제 해야 하는지 등이다.

서대문구는 이와 같은 해법과 관련, 정부에 법안 개정을 건의하거나 서울시와 협의해 실행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용역업체 홍보 요원이 조합원 투표에 관여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법률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승주 한국도시정비학회장은 “이 백서가 중앙 정부와 다른 자치구로 확산해 조합원이 조합 운영 개선 방안을 인지하면 향후 국내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