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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막 한가운데서 혹독한 테스트"...현대차 모하비주행시험장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캘리포니아시티에 위치한 현대차·기아의 ‘모하비 주행시험장’.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2024’가 열린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남서쪽으로 약 3시간을 달리니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서 드넓은 주행시험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65만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막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하비 주행시험장.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막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하비 주행시험장. 사진 현대차그룹

어딜 둘러봐도 까마득한 지평선이 펼쳐지는 광활한 사막에 이 주행시험장이 들어선 건 지난 2005년이다. 건조한 사막기후로 평균기온이 섭씨 39도에 달하고 여름철에는 지표면 온도가 54도까지 올라가지만, 겨울철에는 춥고 푹풍이 몰아치곤 해 여러 ‘극한’ 테스트를 하기에 적격이라는 판단이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여의도 면적의 2배인 1770만㎡(약 535만평) 규모로 인공위성에서도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거대하다. 무엇보다 다양한 경사로와 장애물 등 혹독한 주행시험로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핵심 경쟁력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 내놓는 모든 차량은 이곳 모하비 시험장을 거친다”며 “연간 300여대가 테스트를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막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하비 주행시험장.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막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하비 주행시험장. 사진 현대차그룹

이곳에는 고속 주회로·범용시험장·장등판시험로 등 총 61㎞ 길이에 달하는 12개 시험로가 있다. 승차감과 제동 성능 등을 평가하는 ‘현지 적합성 시험’, 제동 거리와 사고회피 속도 등을 보는 ‘북미 법규 시험’, 다양한 노면에서 상태를 평가하는 ‘내구 시험’, 혹서 상황의 파손 정도를 측정하는 ‘재료 환경 시험’ 등을 수행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오프로드 시험로였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높아지며 현대차·기아는 1곳이었던 오프로드 시험로를 최근 7개까지 늘렸다. 차량이 언덕이나 구덩이를 지날 때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모래와 자갈, 아스팔트 등으로 다양한 노면을 마련했다.

현대차·기아의 모하비 주행시험장. ‘말발굽로’라고 불리는 U자형 주행시험로.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의 모하비 주행시험장. ‘말발굽로’라고 불리는 U자형 주행시험로. 사진 현대차그룹

여러 코스 중에서도 말발굽을 닮아 ‘말발굽로’라고 불리는 U자형 주행시험로가 취재진의 이목을 끌었다. 급격한 커브길에 경사가 20%에 달해 한눈에 보기에도 위험하다 싶은 이 흙길에서 제네시스 GV70이 몇 번이고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기아 SUV 쏘렌토를 타고 오프로드 시험로를 직접 달려봤다. 전혀 포장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진흙과 자갈길이었다. 각종 경사로와 회전 구간, 움푹 파인 곳도 많았다. 예상보다 험난하게 펼쳐져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었지만 무난하게 코스를 통과했다.

오프로드 시험로를 담당하는 랜스 맥러스 책임연구원은 "기아 텔루라이드 같은 SUV 차량이 험난한 경사와 돌길을 거침없이 오르는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그만큼 차량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시험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에는 전기차 테스트를 많이 하는데, 전기차가 외려 오프로드 환경에서 더 뛰어난 성능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막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하비 주행시험장.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막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하비 주행시험장. 사진 현대차그룹

전기차와 SUV 중심으로 변신 중  

모하비 시험장에서는 최근 전기차 관련 시험이 대폭 늘었다. 전기차는 고밀도 배터리를 탑재한 탓에 내연기관차 대비 평균 300㎏ 이상 더 무거운 만큼 차체와 서스펜션, 타이어 등에 가해지는 하중을 잘 버틸 수 있는지가 중요하고, ‘열 관리’ 또한 핵심이다. 그만큼 다양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온이 45도 이상 오르는 혹독한 날을 골라 집중적으로 전기차 시험을 진행한다”며 “고속 주행, 가파른 와인딩 등 가혹한 주행 조건에서 모터나 배터리 시스템에 과도한 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냉각 성능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 하부에 가해지는 충격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총 16개 종류의 노면에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튜 알 시어 모하비시험장 운영파트장은 “모하비주행시험장은 현대차·기아의 전 세계 시험장 가운데 가장 혹독하면서도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시험장”이라며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20년 전만 해도 필요하지 않던 테스트를 계속해서 새로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사막 환경에 맞춰 다양한 시험로와 연구 시설을 짓고 관리해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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