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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동훈, 38개 공개석상서 '尹' 한 번도 언급 안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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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4일 충남 예산 스플라스리솜에서 열린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4일 충남 예산 스플라스리솜에서 열린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취임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개 발언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중앙일보 취재 결과 나타났다.

한 위원장은 15일까지 38개의 공개 일정을 소화했는데, 2일부터는 전국을 돌며 신년 인사회를 갖고 있다. 이중 취재진과의 질의 응답을 제외한 공개 행사에서의 인사말이나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한 적은 없었다. 다섯 차례 주재한 비대위 공개 발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중앙일보가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공개된 한 위원장의 발언을 확인한 결과다.

한 위원장이 이처럼 윤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기현 전 대표가 자주 윤 대통령을 거론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 위원장과 함께 당의 투톱인 윤재옥 원내대표도 15일 비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님께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 소식을 접한 즉시…”라고 말했다.

취임 연설에서 ‘동료 시민’이란 표현을 쓰며 화제를 모았던 한 위원장은 연설문에 윤 대통령을 등장시키지 않았다. 당시 국민의힘 관계자는 “4·10 총선을 앞두고 긴급 투입된 비대위원장이라 ‘총선을 승리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이끌겠다’는 식의 말이 당연히 나올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표현이 없어서 의아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한 위원장이 참석한 국민의힘 사무처 당직자 시무식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같은 구호 대신 “우리는 동료시민이 마실 물을 구하기 위해 깊은 우물을 파는 사람들”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의도적으로 거리두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깊었던 터라 취임 전부터 ‘윤석열 아바타’라는 야당 비판이 거센 것을 의식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앞세우는 것이 과연 긍정적일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제21대 국회 의정보고 종합편 표지. 정진석 의원 의정보고서 캡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제21대 국회 의정보고 종합편 표지. 정진석 의원 의정보고서 캡처

이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지난 9~11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33%에 그쳤다. 같은 조사에서 총선 때 ‘여당 다수 당선(정권 안정)’과 ‘야당 다수 당선(정권 심판)’이 각각 35%, 51%였다. 반면 한 위원장에 대한 개인 선호도는 22%로 이재명 대표(23%)와 비슷한 수치였다. 수도권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 지지율이 30%대고, 야권이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고리로 공세를 펴는 상황에서 한 위원장이 이를 우회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같은 기류의 연장선에서 당에선 ‘한동훈 앞세우기’가 한창이다. 한 위원장 사진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윤석열의 동갑내기 친구’를 자처했던 정진석 의원은 지난 8일 의정보고회 때 한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표지에 사용한 의정보고서를 배포했다.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기로 알려진 김영선 의원도 최근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한 위원장이 등장하는 사진으로 교체했다. 최형두 의원도 페이스북에 지난 8일 열린 의정보고회를 홍보하며 한 위원장의 영상 축사를 찍은 사진을 첨부했다. 박덕흠 의원의 경우 전화를 걸면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한 위원장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내고 있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왼쪽)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왼쪽)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이러한 흐름을 두고 여권의 총선 전략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을 ‘윤석열 대 이재명’의 구도로 치르기보다는 ‘한동훈 대 이재명’의 구도로 치르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한동훈 비대위'도 서둘러 출범시킨 것”이라며 “각종 사법 리스크에 놓인 이재명 대표를 상대하기에도 ‘검사 한동훈’과 ‘피의자 이재명’의 그림이 더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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