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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수출 통제에도…암시장서 엔비디아 칩 사들이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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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의 수출 규제 속에서도 중국 군부와 국영기업에 미국 엔비디아 반도체가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에서 연일 나오면서, 미국의 기술 봉쇄가 어디까지 확산할지 주목된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 이후에도 중국 국영기관 수십 곳이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관련 입찰 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구매한 반도체 목록에는 개당 가격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엔비디아 첨단 반도체 A100·H100과 저사양 칩 A800 등이 포함됐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유통 경로는 불확실하지만, 중국 반도체 암시장에서 조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 왔지만, 중국 내에서는 미국산 첨단 칩이 여전히 거래되고 있다.

챗GPT 같은 인공지능(AI)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하는 데에는 엔비디아 A100칩이 3만 개 이상 필요하다. 중국이 산 것으로 드러난 반도체는 A100 100여개와 A800 수십 개 등으로, LLM을 구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량이다. 하지만 기존 AI 모델 성능을 높이거나 머신러닝 작업을 실행하는 것은 소량의 칩으로도 가능하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 하얼빈공과대학은 딥러닝(컴퓨터가 스스로 분석·학습) 모델 훈련을 목적으로 지난해 5월 A100 칩 6개를 사들였고 중국전자과학기술대는 2022년 12월 A100 칩 1개를 구매했다. 국립 칭화대는 2022년 A100칩 80개, 지난달 H100 2개를 샀다. 엔비디아 칩은 중국 대학뿐 아니라 군에도 흘러 들어갔다. 중국 장쑤성 우시에 있는 한 부대는 지난해 10월 A100 칩 3개와 이번 달 H100 칩 1개를 구입했다.

중국은 엔비디아의 게임용 그래픽 카드도 분해해 AI 학습에 활용한다. 그래픽 카드는 일반 소비자도 쉽게 구매해 게임용 PC에 장착하거나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하는데, 구하기 쉬운 그래픽 카드를 대량 확보해 직접 개조하는 것이다. 지난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의 한 공장은 지난달 4000개 이상의 그래픽 카드를 분해해 새 기판에 설치, 공기업과 소규모 AI 연구소 등에 공급했다. 가장 많이 활용된 제품은 엔비디아의 최신 게임용 그래픽 카드 ‘지포스RTX4090’인데, 현재는 중국 수출이 금지됐다. 찰리 차이 86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엔비디아 칩 개조에 대해 “부엌칼로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가능하긴 하지만, 차선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끈질긴 도전을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니콜라스 가우두이스 아시아·태평양 기술연구책임자는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 하에서도 자국산 AI 가속기(액셀러레이터)를 활용해 생성 AI를 발전시키고 있다”면서 “중국의 역량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규제 고삐를 세게 쥐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 하원 중국특위는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엔비디아·마이크론에 최고경영자의 의회 출석·증언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중국 베이징에 연구소를 둔 마이크로소프트에는 연구소를 이전하거나 폐쇄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범용 반도체에 대해서도 수출 통제를 강화하라고 미국 행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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