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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추워도 투표"...체감 -35도 속 아이오와 첫 경선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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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에 있는 주 의사당에 눈이 내리고 있다. 15일 미국 공화당의 차기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첫 경선이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다. AP=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에 있는 주 의사당에 눈이 내리고 있다. 15일 미국 공화당의 차기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첫 경선이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다. AP=연합뉴스

“아이오와에서 첫 대선 경선이 열리는 전통이 시작된 1972년 이래 52년 만에 가장 혹독하게 추운 날씨다.”

미국 공화당의 차기 대선 후보를 뽑는 첫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하루 앞둔 14일. 행사가 열리는 코커스 주도(州都) 디모인의 미디어센터에서 만난 한 공화당 당직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

북극 한파가 몰고 온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로 도시 전체는 냉동고인 양 꽁꽁 얼어붙었다. 영하 25도까지 수은주가 떨어진 이날 디모인 공항은 국내외 취재진이 계속 밀려들었지만 기상 악화에 따른 주기장 인력ㆍ장비난으로 터미널이 북새통을 이뤘고, 폭설로 도로 곳곳은 빙판길을 헛도는 차들이 설설 기듯 다녔다.

기록적인 혹한과 폭설이 닥친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 공항 근처에서 14일(현지시간) 차들이 빙판 도로 위에서 ‘거북이 주행’을 하고 있다. 디모인=김형구 특파원

기록적인 혹한과 폭설이 닥친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 공항 근처에서 14일(현지시간) 차들이 빙판 도로 위에서 ‘거북이 주행’을 하고 있다. 디모인=김형구 특파원

강풍까지 겹쳐 체감기온이 영하 35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이었지만 대선 풍향계이자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아이오와 코커스 선거 열기는 뜨거웠다. 공화당 각 대선 주자들은 주요 도시 곳곳에서 유세를 벌이고 당원들을 하나하나 만나 한 표를 호소하는 등 막판 총력전을 폈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15일 오후 7시 99개 카운티 1657개 장소에서 진행된다. 코커스장을 찾은 당원들이 후보 대리인 연설을 듣고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집계 결과는 수시간 내로 나올 전망이다. 한국 시간 기준 16일 오후에는 결과가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혹한 속 투표할 열성 지지자에 달려"  

첫 경선의 관전 포인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1강’ 체제 속에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는 헤일리 전 주지사와 디샌티스 주지사가 독주 구도에 얼마나 균열을 낼 수 있느냐에 모아진다. 지난 13일 공개된 NBC 뉴스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48%로 압도적 1위를 유지했고 이어 헤일리 전 주지사(20%), 디샌티스 주지사(16%), 비벡 라마스와미(8%)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혹한을 뚫고 코커스장에 나와 투표권을 행사할 충성도 높은 지지자를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승부를 가를 변수 중 하나로 분석된다. NBC 뉴스 여론조사에서 아이오와 코커스 참여 의향을 묻는 충성도 관련 항목에 트럼프 지지자들의 88%가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의 콘크리트 지지층과 비교하면 헤일리 전 주지사의 지지자 가운데 “매우 적극적”이라고 한 답변 비율은 39%에 불과했고, 디샌티스 주지사는 그보다 다소 높은 62%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셀저 앤드 컴퍼니의 J 앤 셀저는 “헤일리는 실제 지지율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더 높게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인디애놀라 심슨대학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인디애놀라 심슨대학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아무리 추워도 나와서 투표하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디모인에서 차로 약 25분 거리의 인디애놀라 심슨대학 강당에서 유세를 벌였다. 그는 약 1000명 가까이 운집한 지지자들 앞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 아무리 추워도 모두 나와서 역사상 가장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을 끝장내자”며 투표를 독려했다. 경쟁 주자들을 겨냥해서는 “MAGA(‘미국을 위대하게’란 뜻의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구호) 운동을 파괴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두고 “대통령 될 자격이 없다. 너무 나약하다”고 비판하는 대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각국의 ‘스트롱맨’들과의 친분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거친 인물들을 다뤄야 한다”며 “북한을 보라. 김정은은 매우 똑똑하고 거칠다. 하지만 그는 나를 좋아했고, 나는 그와 매우 잘 지냈다”고 말했다.

“트럼프, 누구보다 미국 사랑하고 헌법 수호”

행사 세 시간 전부터 유세장 앞에는 트럼프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흰색의 ‘MAGA’ 모자와 셔츠를 입은 지지자 수백 명이 모여 장사진을 이뤘다. 행사 후 만난 아이오와주 수 시티 토박이 프로그 뱅크스(54)는 “트럼프는 누구보다 미국을 사랑하고 또 헌법을 사랑하고 수호한다”며 “대선 최종 승자는 트럼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인디애놀라 심슨대학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가 끝난 뒤 행사장을 나온 지지자 프로그 뱅크스씨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디애놀라=김필규 특파원

14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인디애놀라 심슨대학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가 끝난 뒤 행사장을 나온 지지자 프로그 뱅크스씨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디애놀라=김필규 특파원

트럼프 지지자 투표를 독려하는 ‘코커스 캡틴’ 중 하나인 60대의 브래드 버스테드는 “헤일리가 트럼프를 추격하고는 있지만 트럼프는 헤일리에게 없는 강한 조직력과 충성도 높은 지지자들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코커스’라고 쓰인 흰색 모자를 쓴 케이시 커튼(69)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국가의 역할 때문”이라며 “3차 세계대전 얘기까지 나오는 혼란스런 상황 아닌가. 전쟁을 막고 중국을 향해서도 제대로 된 리더십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은 트럼프뿐”이라고 했다.

헤일리 “글로벌 역량 갖춘 적임자” 호소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니키 헤일리(오른쪽)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14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에이들의 한 선거 캠페인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니키 헤일리(오른쪽)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14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에이들의 한 선거 캠페인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헤일리 전 지사는 이날 오후 3시쯤 디모인에서 차로 50분여 떨어진 소도시 에임스의 한 식당에서 지지자 약 200명을 만났다. 약 50평 크기의 식당 홀을 가득 채운 지지자들은 헤일리 전 지사가 등장하자 일제히 ‘니키(Nikki)’를 연호하며 반겼다.

헤일리 전 지사는 “우리가 승리하는 유일한 방법은 미래 해결책에 집중하는 새 세대 지도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동과 유럽에서 전쟁이 났고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 미국이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글로벌 외교 역량을 갖춘 자신이 적임자임을 부각했다. 30분여 연설을 끝낸 뒤에는 자리에 남아 지지자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으며 투표를 독려했다.

현장에서 만난 헤일리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독단’을 문제 삼으며 ‘헤일리의 유능함과 풍부한 경험’에 높은 점수를 줬다. 멜리사 마르티네스(47)는 “헤일리는 아이디어가 좋고 상식적인 말을 한다”며 “유엔 대사를 지내 외교 역량도 강점이 있다”고 평했다.

“트럼프는 지배자 되려 해 헤일리 지지”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에 출마한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지하는 공화당원들이 ‘아이오와 코커스’를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소도시 에임스의 한 BBQ 식당에 모여 ‘니키’를 연호하며 응원하고 있다. 에임스=강태화 특파원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에 출마한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지하는 공화당원들이 ‘아이오와 코커스’를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소도시 에임스의 한 BBQ 식당에 모여 ‘니키’를 연호하며 응원하고 있다. 에임스=강태화 특파원

2020년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 때문에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는 케빈 루스(69)는 “트럼프는 지배자가 되고 싶어 하지만 헤일리는 통치자가 되려 한다”며 “헤일리가 (다음 경선지인) 뉴햄프셔 등에서 탄력을 받아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주지사 사이에서 아직 마음을 못 정했다는 당원도 있었다. 대학생 트리스탄 그린(20)은 “트럼프의 지지자인데 오늘 헤일리를 보니 둘이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며 “지금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디샌티스 “지지자들, 악천후에 굴복 안할 것”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앤케니에서 열린 한 선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앤케니에서 열린 한 선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코커스를 앞두고 아이오와주 전역을 훑는 강수를 택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날 시더 래피즈에서 지지자들을 만났다. 그는 “15일 날씨가 매일 추울 것”이라며 “눈보라가 닥치더라도 우리는 싸울 것이고 제 지지자들은 악천후에도 굴복하지 않고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또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 출연해 “그 동안 아이오와주 99개 카운티를 모두 방문했고 아이오와 주지사의 지지를 얻어냈다”고 선거운동 성과를 자평한 뒤 “아이오와 당원 여러분! 15일 저를 위한 코커스에 꼭 참여해 이 나라의 재도약을 이끌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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