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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 물려받고도 찜찜하다…연상호가 10년 품은 '기이한 스릴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공개하는 넷플릭스 6부작 시리즈 '선산'. 사진 넷플릭스

19일 공개하는 넷플릭스 6부작 시리즈 '선산'. 사진 넷플릭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 중에서)

19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선산’(감독 민홍남)은 가족의 양면성을 다룬다. ‘사랑으로 가득 찬 가족’이라는 통념에서 빗나가는 여러 형태의 가족,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불행과 비극적인 사연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 좀비물의 기반을 다진 영화 ‘부산행’(2016)과 ‘반도’(2020), 드라마 ‘지옥’(2021) 등을 연출한 연상호(46) 감독이 기획과 각본을 맡았다.

드라마에서 선산은 갈등의 시작이 되는 소재다. 대학교수 임용만을 바라보는 시간 강사 윤서하(김현주)는 어느 날 한 시골 마을의 선산을 상속받게 된다. 물려준 이는 존재조차 희미한 작은 아버지다. 가족 대대로 내려오던 선산을 얻게 된 것은 윤서하에게 예상치 못한 기회였지만, 그는 이내 찜찜하고 불안한 감정에 휩싸인다.
선산의 존재와 함께 불길한 일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 대한 아픈 기억이 떠올랐고, 이복동생 김영호(류경수)가 선산에 대한 지분을 주장하며 갑자기 등장한 데다, 남편은 의문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선산'은 작은 아버지의 죽음 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생겨나는 불길한 사건들, 이로인해 드러나는 숨겨진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다. 사진 넷플릭스

'선산'은 작은 아버지의 죽음 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생겨나는 불길한 사건들, 이로인해 드러나는 숨겨진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다. 사진 넷플릭스

”10년 전부터 품은 이야기…통념과 상반된 가족의 모습”

15일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연상호 감독은 “좋은 작품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선산’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부터 출발했다”고 했다.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가족에 대한 여러 이미지를 함축하고 있는 선산이라는 소재를 떠올렸다”며 “인간이 태어나 처음 마주하는 최초의 사회로서의 안정적인 가족도 존재하지만, 재산 상속 등 다툼과 분쟁이 있는 가족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러한 상반된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층 더 깊게 들어간 가족의 개념을 다루고 싶었다”는 그는 작품 후반부에 반전을 숨겨뒀다고 귀띔했다. “통념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태어났지만, 가족이라는 형태 안에서 그것이 어떻게 받아 들여질 지에 집중하며 의도적으로 극단적인 설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등 애니메이션 영화 위주로 작업하던 연 감독은 첫 실사 영화 도전을 앞두고 두 편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 중 ‘부산행’을 먼저 선보였고, 이후 조감독으로 7년 넘게 함께해 온 민홍남 감독과 함께 ‘선산’의 작품 개발에 들어갔다.
그는 “엮이면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에서 가족과 종교는 비슷한 것 같다”면서 “선산을 소재로 종교적, 나아가 무속적인 색채를 넣으면 드라마 전체에 긴장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선산'은 무속 신앙 등 토속적, 한국적 요소를 통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진 넷플릭스

'선산'은 무속 신앙 등 토속적, 한국적 요소를 통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진 넷플릭스

아이디어를 내고 10년 가까이 지나 ‘선산’은 드라마화됐다. 연출은 함께 작품을 구체화한 민홍남 감독이 맡았다. ‘선산’으로 첫 연출 데뷔한 민 감독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가장 한국적이고 현실적인 스릴러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에 끌려 연출을 결심했다”면서 “현실적이지만 기묘한 분위기의 공간, 전통 악기로 연주한 음악 등 한국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연출했다”고 밝혔다.

굿판, 무속 신앙 등 토속적 요소가 등장해 스산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형성했고, 태평소 등 전통악기를 배경 음악에 활용해 극의 불안감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스릴러적인 특징을 녹였다. 적나라하게 묘사해낸 살인 현장은 공포물 못지않게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점프 스케어(갑자기 어떤 사물이나 인물, 동물 등이 불쑥 튀어나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기법)도 돋보인다.

김현주·박희순·류경수 출연…“가족으로 전 세계적 공감대”

'선산'의 중심서사를 이끌어가는 윤서하는 배우 김현주가 맡았다. 사진 넷플릭스

'선산'의 중심서사를 이끌어가는 윤서하는 배우 김현주가 맡았다. 사진 넷플릭스

제각기 나름의 음울한 가정사를 가진 극 중 인물들의 심리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몰입감 있게 표현됐다. 이복남매로 등장하는 배우 김현주와 류경수는 드라마 ‘지옥’(2021), 영화 ‘정이’(2023)에 이어 세 번째로 연상호 감독과 뭉쳤다. 김현주는 제작발표회에서 “윤서하가 점점 본인의 욕망을 드러내고, 결국 무엇을 쫓고 있는지 조차 망각하게 되는 모습이 마치 선로를 이탈한 기차 같았다”며 “현실과 맞닿은 각 인물의 가정사와 기이한 소재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 때문에 동료들과 갈등을 빚는 형사 최성준(박희순)의 가정사 역시 또 하나의 중심 서사다.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 시청자를 만나게 될 ‘선산’의 영어 제목은 ‘The bequeathed’. ‘남겨진 것’ ‘물려받은 것’이라는 의미다. 드라마의 주축이 되는 한국적 소재들을 해외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연 감독은 “선산이라는 것을 가진 나라가 별로 없다고 하더라. 해외 시청자가 어떻게 느낄 지가 가장 궁금하다”면서 “다만, 선산은 없어도 가족이 없는 나라는 없다. 그 부분에서 공감한다면 전세계 시청자들이 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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