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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리 우습게 보지 마라' 김정민 명창 23번째 완창 도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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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10년간 무려 22차례 판소리 완창을 한 김정민(55) 명창이 23번째 완창에 도전한다. 20일 돈화문국악당에서 공연되는 완창 판소리 흥보가로, 4월 이탈리아 만토바 공연도 예정돼 있다.

김정민 명창

김정민 명창

김정민 명창은 고 박송희 명창의 제자이자 박록주 명창의 손제자로, 박송희 명창에게 흥보가와 적벽가를 사사한 이수자다. 1994년 판소리 소재의 영화 '휘모리' 주연으로 열연해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판소리 대중화에 눈떴다. MBC,KBS,EBS 등 국내 방송에서 강연 ‘우리소리 우습게 보지 마라’로 국악을 알렸고, 대기업과 공공기관, 국회 등 다양한 무대에서 판소리의 우수성을 설파해 왔다.

이탈리아에서 흥보가 공연중인 김정민

이탈리아에서 흥보가 공연중인 김정민

이번에 완창할 동편제 박록주제 박송희류 흥보가는 19세기 전기 8명창으로 꼽히는 가왕 송흥록을 중심으로 전해지는 소리법제로 소리 자체를 통성으로 힘있게 내질러 소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말의 끝을 분명하고 강하게 하며 사설의 부침새는 장단과 사설이 정박에 맞추어 부르는 ‘대마디 대장단’을 기본으로 한다. 동편제 흥보가는 송흥록-송만갑-김정문-박록주-박송희-김정민으로 이어지는 소리제다.

김 명창이 특별한 점은 1인 국악기획사를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시장 개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판소리 완창 10주년 기념 공연에선 트로트까지 포함시킨 강연식 국악콘서트로 800석 극장을 매진시켰고, 이번 완창 공연도 초대권 없이 이미 매진됐다.

김 명창의 완창은 정통 판소리 그 자체는 아니다. 중앙대 한국음악과를 나와 국립창극단에 입단할 뻔 한 실력자지만, "우물 안 개구리는 되지 않겠다"면서 스스로 개인 활동을 개척한 만큼 버라이어티한 공연으로 꾸민다. 돗자리와 병풍 대신 스크린에 직접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띄워 이해를 돕고, 소리도 친숙한 대중매체 캐릭터 성대모사를 하고 무대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에서 적벽가를 공연중인 김정민.

이탈리아에서 적벽가를 공연중인 김정민.

2019년부터는 판소리 세계화에 나섰다. 오페라 본고장인 이탈리아 밀라노,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에서 흥보가를 완창했고, 2022년 6월 '이탈리아 3대극장'으로 꼽히는 테아트로 달 베르메의 1436석 공연장을 ‘적벽가’ 완창으로 전석매진 시키고, 지난해 5월엔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 ‘판소리 4바탕 4대목’ 공연도 했다.

판소리 사설과 발림, 아니리 만으로 문학적, 음악적, 연극적 측면을 모두 선보인 김 명창의 공연은 현지 외국인 관객을 숨죽이게 했다.
이탈리아에서 그의 공연을 본 다큐멘터리 감독 레오나르도 치니에리 롬브로조가 김 명창을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 '오페라 솔로'를 찍고 있을 정도다.

김정민 명창의 다큐멘터리를 촬영중인 레오나르도 치니에리 롬브로조 감독.

김정민 명창의 다큐멘터리를 촬영중인 레오나르도 치니에리 롬브로조 감독.

김정민 명창은 "많은 분들에게 판소리가 옛소리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객석과 소통하는 무대를 만들어 왔다"면서 "외국에선 내 무대를 '1인 오페라'라고 표현하는데, 그 이름에 걸맞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애니메이션 영상까지 직접 제작했다. K컬처의 시대에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 싶다"고 말했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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