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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번 설연휴 '병원 오픈런' 사라진다…"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중앙일보

입력

#.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10월 추석 연휴 때 처가가 있는 경남 창원에 내려갔다가 3세 아들이 고열에 시달리는 바람에 진땀을 뺐다. A씨는 밤새 아이를 간호하다 수소문 끝에 연휴에 문을 여는 창원의 소아청소년과 병원에 도착했다. 새벽 5시 52분이었지만 그가 받아든 대기 번호는 47번. A씨는 “병원이 연휴 기간 오전 진료만 하는 탓에 오전 6시 넘어 도착한 사람 상당수는 접수조차 못했다”며 “이후 지방에 갈 땐 인근의 응급 의료시설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2023년 12월 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소아과가 붐비고 있다. 뉴스1

2023년 12월 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소아과가 붐비고 있다. 뉴스1

A씨 사례처럼 새벽부터 이른바 ‘병원 오픈런’을 하는 풍경이 이번 설 연휴엔 줄어들 전망이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정부가 14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다음 달 9~12일 설 연휴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영유아, 노인 등은 연휴 때 인근에 문을 연 병원이 없어 진료도 받지 못하고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비대면 진료를 통해 국민 간 의료 격차 해소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비대면 진료 대상이나 조건 등은 추후 실무 당정협의를 통해 확정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대면 진료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의료기관 내에서 진료 등의 행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응급환자를 진료하거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해 요청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이같은 조항을 근거로 설 연휴 기간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의 길을 열겠다는 게 여권의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환자, 의료인 및 의료기관 등을 감염의 위험에서 보호하겠다’는 이유로 감염병예방법 조항을 적용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적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오진 위험성과 법적 책임 문제 등을 두고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고, 여야 또한 비대면 진료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에 이견을 보이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비대면 진료에 대한 긍정 여론을 끌어올리려 정부가 설 연휴 기간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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