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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북 관련 기구' 정리 나서…"대남 도발 노골화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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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평화통일과 남북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운영해왔던 대남기구와 단체를 모두 정리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며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에서 '전쟁 중인 적대적 국가'로 재정의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 발언(노동신문 31일 보도)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이는 남북관계의 민족적 특수성을 부정하고 한·미를 향한 '강대강' 대적 투쟁 기조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민족이라는 남북관계의 굴레에서 벗어나 대남도발을 한층 더 노골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北 '대적부문 궐기모임' 진행

노동신문은 13일 "대남정책 전환 방침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대적부문 일꾼들의 궐기모임이 12일 진행됐다"고 전했다. "대적부문"은 대남사업을 담당해온 노동당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기구·단체 등을 뜻한다. 기존 '대남부문'이란 명칭을 대적부문으로 바꿔 지칭했다.

최선희 외무상. 연합뉴스

최선희 외무상. 연합뉴스

신문은 이날 모임에서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 원칙에 따라 "북남(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위한 연대기구로 내왔던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 관련 단체들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대남기구가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진 대남 라디오 방송인 '평양방송'이 지난 12일 밤부터 수신되지 않고 있다. 일시적인 전파 송출 문제인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썬 북한의 대남기구 정리 방침에 따른 조치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 1일 최선희 외무상이 대남사업 부문 기구들을 정리하라는 김정은의 전원회의 지시 이행에 나섰다고 전했다. 외무성 조국통일국과 대남 공작업무를 총괄하는 북한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을 중심으로 대남 업무를 재편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와 ″전쟁을 피할 생각 없다″라며 위협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와 ″전쟁을 피할 생각 없다″라며 위협했다. 노동신문, 뉴스1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소위 '남측을 무력 상대로 보지 않는다'는 민족 논리를 앞세우며 자신들의 핵·미사일 고도화의 당위성을 주장해왔다"며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적대국가'로 재정의 한 것은 대남도발을 염두에 둔 명분 쌓기이자 남남갈등 유발을 위한 전술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전쟁 언급 '허세' 아냐"

김정은의 잦은 '전쟁' 언급이 허세가 아닐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김정은이 언제 어떻게 방아쇠를 당길지 모르지만, 지금의 위험은 한·미·일이 늘 경고하는 '도발'의 수준을 넘어섰다"며 "지난해 초부터 북한 관영 매체에 등장하는 '전쟁 준비' 메시지가 북한이 통상적으로 하는 '허세'(bluster)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 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실망한 김정은이 미·중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생긴 신냉전 구도의 틈을 활용해 군사적 해법을 추구할 기회가 왔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태섭 북한군 총참모장이 지난해 11월 22일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동해안 축선이 담긴 작전지도를 놓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설명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태섭 북한군 총참모장이 지난해 11월 22일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동해안 축선이 담긴 작전지도를 놓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설명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들은 북한이 극단적인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북한이 우리의 계산을 완전히 벗어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면서다. 김정은 입장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다른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 이르게 될 경우 핵무기와 같은 예상치 못한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일련의 군사 행동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증가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방지역에서의 국지도발, 사이버 테러는 물론 7차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고도화 등 다양한 도발 카드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미 교류 강화하는 北

노동신문은 이날 김선경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이달 15일부터 20일까지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리는 제19차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파견했다고 전했다. 이번 대표단 파견은 반제(反帝)·반미 국제 연대를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중요 군용 대차 생산 공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5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중요 군용 대차 생산 공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5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앞서 김정은은 지난 연말 전원회의에서 올해 외교 방향에 대해 "반제·자주적인 나라들과의 전략적 협조 관계를 확대·발전시키고 국제적 규모에서 반제 공동행동, 공동투쟁을 과감히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김일성 주석 시기부터 '반제·자주'를 주창하면서 비동맹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전문가 사이에선 북한이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다자외교 무대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정상국가 이미지를 드러내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이 지난 5일 지진 피해를 본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위로 전문을 보낸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편 북한은 이날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2시58분쯤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라고 밝혔다. 한·미 군 당국은 발사체의 비행거리와 고도·속도 등 제원을 분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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