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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정용진 "부산 오면 꼭 간다"…문 닫는 '해운대 명물'은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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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9시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에 손님이 붐비고 있다. BIFF 기간 유명 배우와 감독 등도 자주 찾는 이곳은 랍스터 등 해산물 메뉴로 유명하다. 김민주 기자

지난 13일 오후 9시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에 손님이 붐비고 있다. BIFF 기간 유명 배우와 감독 등도 자주 찾는 이곳은 랍스터 등 해산물 메뉴로 유명하다. 김민주 기자

지난 13일 오후 9시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바다마을 포장마차촌. 해수욕장 공영주차장 옆 2㎢ 공간에 밀집한 포장마차 30여곳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손님이 몰렸다. 모두 해산물을 취급하는 가게로, 랍스터 회와 라면을 맛볼 수 있는 이른바 ‘랍스터 코스’(2인 15만~16만원)가 유명하다. 해산물을 겸해 일행 3명과 술잔을 나누던 주승연(41ㆍ여)씨는 “10년 전부터 서울에서 일하고 있지만, 고향은 부산이다. 포장마차촌은 부산국제영화제(BIFF) 때 추억이 많은 곳인데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들렀다”고 말했다.

20년 역사 포장마차촌, 월말 간판 뗀다  

주씨 말대로 포장마차촌은 이달 말 영업을 종료한다. 이곳엔 30년 넘게 포장마차를 운영한 상인도 많다. 전국구 관광지인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엔 1980년대부터 포장마차를 포함한 노점이 난립했다. 노점 숫자가 160여곳에 달했다. 하지만 2002년 한ㆍ일 월드컵을 앞두고 이들 노점을 정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졌다.

지난 13일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에 손님이 붐볐다. 김민주 기자

지난 13일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에 손님이 붐볐다. 김민주 기자

서병수 당시 해운대구청장과 노점상인들이 협의 끝에 찾은 대안이 지금의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이다. 해운대구는 점포 수를 60여개로 줄이되 이곳에서의 영업은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바가지 논란을 없애기 위해 가격을 제한하고, 상호는 ‘갈매기 1호’ ‘오륙도 2호’와 같은 방식으로 통일하게 했다. 특히 허가를 얻은 상인이 타인은 물론 자식에게도 점포를 양도할 수 없게 했다. 추가 점포도 허용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현재 영업하는 포장마차 수는 30여곳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BIFF 흥행 속 한땐 ‘명물’ 대접

운때는 잘 맞았다. 1996년 시작된 BIFF의 무게중심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이 정비된 무렵부터  남포동에서 해운대로 조금씩 옮겨졌다. 2011년 해운대구 중동에 문을 연 영화의전당에 BIFF 조직위원회가 입주한 이후 포장마차촌은 BIFF 기간 유명 배우와 거장 감독들이 즐겨 찾는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김동호 위원장이 자리가 없는 포장마차촌 길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일행과 술잔을 나눴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2015년엔 배우 탕웨이가 개막식 공식 리셉션을 젖혀두고 포장마차촌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2020년 7월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포장마차촌 내 특정 점포를 언급하며 “부산에 오면 이곳 라면을 꼭 먹어야 한다”는 게시물을 사진과 함께 SNS에 올리면서 ‘인증샷 맛집’으로 재차 명성을 얻었다.

지난 13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포장마차촌. 손님들이 포장마차의 빈자리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다. 김민주 기자

지난 13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포장마차촌. 손님들이 포장마차의 빈자리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다. 김민주 기자

위생ㆍ소음 반발도… 고발에 결국 폐업 결정  

반면 위생과 소음 문제를 제기하는 민원도 꾸준히 이어졌다. 포장마차촌 폐업을 결정하는 데도 결국 이런 민원이 작용했다. 해운대구에 따르면 포장마차촌이 2021년 초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게 폐업의 결정적 사유가 됐다. 구체적인 고발 내용과 주체에 대해 해운대구는 “환경ㆍ시민단체는 아니며   개인”이라고만 밝혔다. 이에 따라 해운대구는 이달까지만 영업하고 포장마차를 자진 철거하도록 상인과 협의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점포는 해운대구가 행정 대집행할 예정이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포장마차촌 바다마을 찾은 관광객이 4개국어로 쓰여진 메뉴판을 보며 주문하고 있다. 중앙포토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포장마차촌 바다마을 찾은 관광객이 4개국어로 쓰여진 메뉴판을 보며 주문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3년에도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을 둘러싼 철거 논란이 있었다. 당시엔 ‘지역 명물’로서의 공로가 일부 인정됐었다. 하지만 고발 내용을 검토한 해운대구는 이번엔 여지를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초 협의를 통해 철거하기로 한 만큼 아직 큰 잡음은 없다. 상인들 사이에선 “말미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3일 포장마차촌에서 만난 강영철 포장마차촌 자치위원회장은 “30여년 전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해수욕장 호안도로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당시 상인들이 2002 월드컵을 앞두고 포장마차촌에 모인 건 영업을 인정해주겠다는 해운대구의 약속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어 강 회장은 “포장마차촌 영업을 영구적으로 보장해달란 건 아니다. 다만 2021년 구와 협의할 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활 될 걸 예상 못 했다. 지난 3년간 제대로 장사를 하지 못했다”며 “1년만 시간을 더 주면 부채 등을 정리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이후 포장마차촌은 깨끗하게 자진 철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사회적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된 2021년 8월 10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포장마차촌인 바다마을에 피서객들과 관광객들이 찾지 않아 썰렁하기만하다. 송봉근 기자

부산의 사회적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된 2021년 8월 10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포장마차촌인 바다마을에 피서객들과 관광객들이 찾지 않아 썰렁하기만하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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