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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두께 고작 3㎝…매년 20만명 찾는 얼음축제 취소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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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29일 영남권 최대 겨울 축제인 '2023 안동 암산얼음축제'가 열린 경북 안동시 남후면 암산유원지 주변이 축제를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월 29일 영남권 최대 겨울 축제인 '2023 안동 암산얼음축제'가 열린 경북 안동시 남후면 암산유원지 주변이 축제를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뉴스1

겨울철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국 지자체가 마련한 겨울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얼음 두께가 충분치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1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경북 안동시는 지난 10일 이상 고온 현상으로 올해 ‘암산얼음축제’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축제장에 1000~2000명을 동시에 수용하려면 얼음 두께가 25㎝ 이상이어야 하는데 3㎝밖에 얼지 않았다. 여기에 영상권 기온이 예보돼 수면이 더는 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얼음이 두껍게 얼지 않으면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

이 축제는 안동시와 한국정신문화재단이 오는 20일부터 28일까지 9일간 개최 예정이었다. 안동암산얼음축제는 매년 관광객 20여만 명이 찾는 영남권 대표 겨울 축제다.

“이상고온에 얼음두께 충분치 않아”

지난해 1월 28일 안동 암산얼음축제가 4년 만에 개막한 가운데 아이들이 빙어낚시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안동시

지난해 1월 28일 안동 암산얼음축제가 4년 만에 개막한 가운데 아이들이 빙어낚시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안동시

안동시 관계자는 “축제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한 만큼 아쉬움이 크지만 시민 안전이 우선”이라며 “내년에는 더욱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동뿐 아니라 강원권 겨울 축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원 인제군은 지난해 12월 19일 개최하려던 인제빙어축제를 열지 못했다. 개최 장소인 빙어호 얼음 두께가 얇아서다. 인제군은 올 여름 캠핑과 물을 주제로 한 축제로 대체할 계획이다.

강원권 겨울축제도 줄줄이 취소·연기

강원 평창군도 지난해 12월 22일 열릴 예정이었던 ‘평창송어축제’를 한 주 미뤄 29일 개최했다. 축제 기간은 오는 28일까지 한 달간이다. 축제가 미뤄진 것은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 얼음 두께가 최소 20cm 이상 돼야 하는데 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원 홍천군 홍천읍에서 '홍천강 꽁꽁축제'가 개막한 지 사흘째를 맞은 지난 7일 관광객이 맨손잡기 체험에 참가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홍천군 홍천읍에서 '홍천강 꽁꽁축제'가 개막한 지 사흘째를 맞은 지난 7일 관광객이 맨손잡기 체험에 참가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홍천군이 개최하는 ‘홍천강 꽁꽁축제’도 얼음 두께가 아주 두껍지 않아 홍천강 옆 벌판에 플라스틱으로 된 임시시설물(부교)을 설치했다. 플라스틱 부교 형태의 임시시설물은 마치 얼음낚시를 하는 것처럼 플라스틱 사이로 낚시할 수 있는 시설이다. 홍천군은 홍천강 얼음 두께가 아주 두꺼워지면 얼음낚시를 허용할 방침이다.

이상기후가 축제에 악영향을 끼친 것은 지난해 봄에도 마찬가지였다. 벚꽃 개화가 예상보다 훨씬 일찍 이뤄지면서 전국에서 이른바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열렸다.

서울은 지난해 3월 26일, 대구는 같은 달 21일 벚꽃이 개화했다. 벚꽃 관측이 시작된 1922년 이후 두 번째로 빠른 개화였다. 경북 포항(16일), 부산(19일), 제주·전주·울산(22일) 등지에서도 평년보다 일찍 벚꽃이 폈다.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 마지막 날인 지난해 4월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윤중로 일대 벚나무에 푸른 잎사귀가 돋아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 마지막 날인 지난해 4월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윤중로 일대 벚나무에 푸른 잎사귀가 돋아나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종잡을 수 없는 기후 상황에 각 지자체 축제 담당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벚꽃마라톤대회’ 등 벚꽃 관련 행사로 유명한 경북 경주시는 “해를 거듭할수록 예측이 어려워지는 이상기후때문에 축제를 언제 열지 고민중”이라며 “전국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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