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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 상태로…영상 보고 무너졌다" 몰카 찍힌 英요양원 폭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의 요양원에서 지내던 치매 할머니의 몸에 멍이 든 것을 수상하게 여긴 손녀들이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직접 직원들의 폭행을 적발해 법적 처벌까지 받게 한 사연이 전해졌다.

12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다니엘과 레베카 힌슬리 자매는 잉글랜드 중부 울버햄프턴 지역의 요양원에 있는 할머니를 찾았다가 행동이 평소와 달라지고 얼굴과 손목에 멍이 든 것을 발견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자매는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직접 아마존에서 카메라가 설치된 액자를 산 후 2020년 2월 방에 두었다고 한다. 당시 할머니는 혈관성 치매를 앓아 말을 하지 못한 상태로, 자매는 이런 기지를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 할머니 학대한 영국 요양원 직원들. 사진 영국 웨스트 미들랜즈 경찰=BBC

치매 할머니 학대한 영국 요양원 직원들. 사진 영국 웨스트 미들랜즈 경찰=BBC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지 나흘 뒤 힌슬리 자매는 영상에서 할머니가 직원들로부터 정신적, 신체적으로 학대받는 장면을 확인했다. 직원들은 나체 상태인 할머니를 베개로 때리거나 다리를 공중으로 들어 올리고 얼굴을 꼬집는 등 폭행을 일삼았다. 또 모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영상 속 할머니는 영문도 모른 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영상을 확인한 힌슬리 자매는 "영상을 보고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며 즉시 경찰에 신고한 뒤 이를 증거물로 요양원 관리자와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요양원 직원 4명 모두 체포했다. 결국 이들은 할머니를 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말 징역 4개월, 6개월 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경찰은 "영상이 없었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도 없고 입증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자매의 기지를 높이 샀다.

자매는 "(지난해 10월 돌아가신) 할머니는 저의 전부"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애틋함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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