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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구이' 조롱까지…이준석 아무리 긁어도 한동훈 무대응,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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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요즘 저격 상대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이 전 대표는 12일 KBS 라디오에 나와 “‘우리가 세계 최고의 꽁치구이를 한다’ 이래 가지고는 횟집에 손님을 모을 수 있겠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한 위원장이 지금 김건희 특검법에는 전향적인 발언을 내놓지 못하고 보조 반찬만 건드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걸 ‘횟집 상차림’에 빗대 비판한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전날 뉴시스 인터뷰에서도 “한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나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를 생각해서 할 말을 하지 않으면 선거에 진다”며 “외람되지만 제2의 황교안이 된다”고 말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163석을 내주고 84석으로 참패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한 위원장은 모두 검사 출신이다.

이 전 대표는 특검이 아닌 이슈에서도 ‘한동훈 때리기’에 매진한다. 그는 지난 11일 YTN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이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숫자 ‘1992’가 크게 적힌 티셔츠를 입어 화제가 된 걸 거론하며 “롯데자이언츠가 1992년 이후 우승을 못 했다는 것이 어떤 분들한테는 조롱의 의미”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부산 출신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부산도 부산의 지도자를 원하겠지만, (한 위원장은) 아마 부산 다선 의원들을 다 자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에선 “안 그래도 영남 중진 분위기가 최악인데, 당 상황에 밝은 이 전 대표가 일부러 기름을 들이부었다”(재선 의원)는 평가가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찾아 조계종 종정예하 중봉 성파대종사를 예방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찾아 조계종 종정예하 중봉 성파대종사를 예방하고 있다. 뉴스1

정작 당사자인 한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잇따른 공격에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정치는 게임과 다르다”는 취지의 취임 수락 연설을 두고 “이 전 대표를 겨냥한 것”(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이란 해석도 나왔지만, 그게 전부였다. 한 위원장은 다음날 ‘이 전 대표의 세대포위론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나이 기준으로 갈라치기 하는 건 누군가에겐 정략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몰라도, 세상에는 해로울 수 있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충돌을 비껴갔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10~11월에도 한 위원장의 기조는 ‘무대응’이었다. 당시 이 전 대표가 한 위원장을 “긁지 않은 복권”, “여당에 천사 같은 존재”, “군계일학” 등으로 칭하며 “정계 입문이 빠를수록 좋다”고 부채질했지만, 한 위원장은 한 번도 ‘이준석’ 이름 석 자를 입에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정치 신인인 한 위원장 입장에서는 총선이 임박한 때에 굳이 복잡하게 전선을 칠 필요가 없다” “차라리 ‘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스탠스가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은 맡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개혁신당 10대 기본정책 중 첫 번째로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구조 및 방송산업의 규제 완화'를 발표하고 있다.뉴스1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은 맡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개혁신당 10대 기본정책 중 첫 번째로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구조 및 방송산업의 규제 완화'를 발표하고 있다.뉴스1

다만 보수층이 환영하는 ‘젊은 엘리트’ 이미지가 겹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경쟁은 필연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법대를 나온 한 위원장(1973년생)과 하버드대를 졸업한 이 전 대표(1985년생)는 소띠 띠동갑이다. 윤 실장은 “‘80년대생 목동 키즈’ 이준석과 ‘강남 8학군 X세대’ 한동훈의 경쟁은 유권자 입장에서 무척 흥미를 끄는 구도”라며 “장기적으로는 과거 YS·DJ처럼 서로 ‘윈윈’하는 경쟁자 관계가 모두에게 이득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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