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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CES 휩쓴 AI 물결, 주도권 놓치면 미래 없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73호 30면

산업 패러다임 바꿀 게임체인저 부상한 AI

저성장 탈피와 미래 먹거리 창출 전략 도구

기업 투자, 정부는 규제 개선·노동 개혁해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4’가 12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세계 최대의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는 새로운 미래 기술의 경연장이다. 올해는 150여 개국 4295개 세계 기업이 참여해 첨단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혁신 노력을 펼쳐 보였다. 한국은 스타트업을 포함해 781개 기업이 참여했다. 미국(1148개)과 중국(1104개)에 이은 3위다.

첨단 기술 경쟁의 최전선답게 ‘CES 2024’의 주요 테마는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 로봇, 넷제로 등 미래의 성장 기술 전략을 망라했다. 그렇지만 올해 CES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AI다. 인류가 직면한 전 지구적 과제를 첨단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기치 아래 ‘전 산업의 AI 융합’이란 큰 흐름이 이어졌다.

AI는 신기술의 수퍼사이클을 이끌 게임체인저로 부상했다. “AI는 증기 기관이나 전기, 인터넷과 같이 인류 역사의 변곡점을 만들어 온 범용 목적 기술”(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이란 지적대로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이런 흐름을 가속했다. AI가 모든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며, AI 혁명이 국가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됐다. ‘CES 2024’ 기조연설에 나선 월마트와 로레알의 최고경영자(CEO)가 ‘전통산업일수록 AI가 촉발한 디지털 혁명에 대응하지 못하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한 이유다.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 소멸 위기에 처한 한국에 AI 혁명은 위기를 극복할 기회다. AI를 통한 생산성 혁신은 저성장의 덫에서 벗어날 동력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2030년까지 AI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규모는 1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도 AI 혁명은 놓쳐서는 안 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약 18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이 그동안 우위를 점했던 산업의 경쟁력과 영향력이 약화하고 격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않은 AI 관련 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해야 한다.

한국 기업도 AI 혁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와 온디바이스(내장형) AI용 D램 등 AI 시대를 이끌 차세대 반도체 제품을 선보였다. ‘팝의 거장’으로 시각장애인인 스티비 원더는 현대·기아차 부스를 찾아 개인 맞춤형 자율주행 모빌리티와 목적기반 모빌리티(PBV)를 체험했다. 국내 건설·제조업체도 AI 혁명 동참을 선언했다. 더욱 눈에 띄는 건 ‘CES 2024’를 달군 한국 스타트업의 열기다. 스타트업 전용 전시관인 유레카 파크에 참가한 기업의 45%가 한국 스타트업이고, CES 주최 측이 올해 신설한 AI 분야 혁신상 28개 중 16개를 한국 스타트업이 차지했다.

이제 필요한 건 기업의 이런 열기가 우리의 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CES가 참가에 의의를 둔 전시성 연례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기업은 연구개발(R&D)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국가는 인재 육성과 규제 개선 등으로 기업이 제대로 뛸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AI 시대에 맞는 노동 개혁을 진행하고 AI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 등도 모색해야 한다. 국내 기업의 첨단 혁신 기술을 선보이고 투자 유치를 위해 서울시가 ‘한국판 CES’를 열기로 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AI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각국의 총성 없는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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