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피 두 잔의 기적" 부안의 실험…모든 대학생에 반값 등록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지난해 6월 29일 부안군청에서 열린 '2023년 부안군 근농인재육성재단 장학증서 수여식'이 끝난 뒤 권익현 부안군수를 비롯한 재단 관계자 등이 이날 장학증서를 받은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부안군

지난해 6월 29일 부안군청에서 열린 '2023년 부안군 근농인재육성재단 장학증서 수여식'이 끝난 뒤 권익현 부안군수를 비롯한 재단 관계자 등이 이날 장학증서를 받은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부안군

2017년 신입생부터 절반 지원  

전북 부안에 사는 직장인 김모(54)씨의 두 아들은 모두 대학생이다. 큰아들(26)은 수도권 사립대 4학년, 작은아들(23)은 도내 사립대 2학년에 다닌다. 한 학기 등록금만 각각 400만원, 300만원이 넘는다. 그러나 김씨는 "부부가 부안에 사는 덕에 등록금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부안군이 대학교 등록금 절반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새 학기에도 김씨 부부는 어림잡아 두 아들 전체 학비 700만원 중 350만원만 준비하면 된다.

11일 부안군에 따르면 군은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지난해부터 지역에 연고가 있는 모든 대학생을 대상으로 전 학년, 전 학기 등록금 가운데 절반을 지원하고 있다. 부안군이 운영하는 근농인재육성재단을 통해 2017년부터 부모가 부안에 거주하거나 관내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학생에게 등록금 일부를 지원해 왔다. 부안군 관계자는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학부모 부담을 덜어줘 인구 유출을 막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첫해엔 대학교 1학년 신입생만 1학기 등록금 절반을 지급했다. 이후 2018~2019년엔 2학년, 2020년엔 3학년, 2021년엔 4학년 학생까지 지원 대상을 점차 확대했다. 부안군은 지난해에만 대학생 1946명에게 이른바 '반값 등록금' 18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6월 29일 부안군청에서 열린 '2023년 부안군 근농인재육성재단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권익현 부안군수가 학생에게 장학증서를 주고 있다. 사진 부안군

지난해 6월 29일 부안군청에서 열린 '2023년 부안군 근농인재육성재단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권익현 부안군수가 학생에게 장학증서를 주고 있다. 사진 부안군

다자녀·특기·비진학 장학금도

부안군은 반값 등록금 외에도 다양한 장학금 제도를 도입했다. 2020년 시작한 다자녀 장학금이 대표적이다. 셋째 이상 자녀 중 국내 대학교 재학생에게 생활비 100만원을 연 1회 지원한다. 초·중·고교 예체능 특기생에게 주는 특기 장학금도 있다.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에게도 창업·취업을 위한 학원비 1년분 반값을 200만원 내로 지원한다. 권익현 부안군수는 "부안군 미래인 학생들이 학비 부담을 덜고 마음껏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장학금 지원 범위 확대에 힘썼다"고 말했다.

전체 장학금 규모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18년 8억원(1200여 명), 2019년 9억원(1500여 명), 2020년 9억원(1000여 명), 2021년 11억원(1100여 명), 2022년 12억원(1300여 명), 2023년 20억원(2182명)을 지급했다. 지난해 기준 반값 등록금 수혜자는 부안군 전체 장학금 4개 대상자 중 89%를 차지했다.

부안군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4만9255명이다. 2017년 5만6086명에서 5년 사이 6831명 줄었다. 그러나 부안군은 반값 등록금 정책이 인구 감소 속도를 줄이는 '방파제'로 보고 있다. 부안군 교육청소년과 조혜민 주무관은 "20대 자녀는 취업·진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나더라도 부모는 3년 이상 부안에 거주해야 장학금 대상이 되기 때문에 지역에 남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부안 출신 이정권(오른쪽) ㈜디에이치글로벌 대표가 지난 2일 부안군 근농인재육성재단에 2024년 의미가 담긴 장학금 2024만원을 기부한 뒤 권익현 부안군수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부안군

부안 출신 이정권(오른쪽) ㈜디에이치글로벌 대표가 지난 2일 부안군 근농인재육성재단에 2024년 의미가 담긴 장학금 2024만원을 기부한 뒤 권익현 부안군수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부안군

4000명 월 1만원 소액 기부 

장학금 재원은 매달 커피 두 잔 값 정도인 1만원 이상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재단 회원 4000여 명 후원금과 재단 기본 재산 136억원에서 나오는 이자 수입으로 충당한다. 독지가 도움에 기대는 방식이 아니라 소액이라도 다수 기부자가 꾸준히 후원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부안군 안팎에선 "반값 등록금은 커피 두 잔 값이 일군 기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부안군민과 향우회는 물론 장학금을 지원받은 대학생·부모 등이 다시 기부금을 낸다고 한다.

김씨도 큰아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근농인재육성재단 CMS(자동 이체) 회원으로 등록, 매달 2만원씩 기부하고 있다. "지역에 보탬을 주는 게 장학 사업만큼 좋은 게 없다"고 판단해서다. 김씨 아버지도 매달 1만원씩 후원한다고 한다. 김씨는 "그동안 기부한 것보다 훨씬 큰 혜택을 보고 있다"며 "반값 등록금 때문에 출향민이 부안으로 돌아오거나 귀농하는 이도 많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