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배 수익 났대"…46억 빼돌린 건보 직원, 범죄수익 숨긴 곳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역대급 횡령 사건 피의자가 해외 도피 16개월 만에 붙잡히면서 횡령액을 얼마나 환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보공단은 재직 중 46억원을 횡령하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전직 재정관리실 소속 40대 직원의 신병이 9일 확보됨에 따라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횡령금 회수에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10일 피의자 현지 검거 소식 직후 낸 자료에서 “피의자가 국내에 송환되는 대로 경찰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채권환수 조치 등 횡령액 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직 중 46억원을 횡령한 뒤 필리핀으로 도피한 40대 남성이 9일 현지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 경찰청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직 중 46억원을 횡령한 뒤 필리핀으로 도피한 40대 남성이 9일 현지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 경찰청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피의자 최모씨는 2022년 4월부터 7차례에 걸쳐 17곳 요양기관이 건보공단에 청구한 의료보험비 중 지급이 보류된 46억2000만원을 셀프 결재하는 방식으로 본인 계좌로 빼돌렸다. 거짓 청구로 의심돼 지급 보류된 돈들이 관리가 잘 안 되는 점을 이용해 윗선 결재 없이 개인 계좌로 송금한 것이다. 국민 건강권을 지키고 건강보험을 운영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내부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벌어진 역대급 횡령 사건이라 공분이 일었다.

건보공단은 앞서 횡령 사실을 확인한 즉시 최씨를 고발하고 계좌 동결, 예금 채권 가압류 조치 등을 했다. 가압류는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잠정적으로 묶어두는 것이다. 이후 지난해 2월 손해배상 채권에 대한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뒤 추심 절차를 진행해 최씨 계좌에 있던 현금 7억2000만원을 회수했다.

도주 1년 4개월 만에 신병 확보는 됐지만 향후 횡령액을 얼마나 보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직원은 “현실적으로 환수에 대한 기대감은 적다”라며 “공단 손을 떠난 만큼 경찰에서 적극 나서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단 관계자는 “현재까지 재산 조회로 할 수 있는 건 다했다”라며 “인도돼서 오면 전자지갑 등을 경찰이 확인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 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횡령한 자금을 가상화폐로 환전해 범죄 수익을 은닉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거래소를 통했다면 피의자 계정 정보와 범죄 수익 규모 등을 파악할 수 있지만, 해외 거래소로 이미 현금화했다면 추적은 거의 불가능하단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전자지갑을 개인적으로 생성해 저장했다면 피의자 협조를 통해 암호키 확보가 관건이다. 보유 재산 일부를 처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건보 안팎에선 최씨가 가상화폐로 의도치 않게 2, 3배 수익을 올렸다는 설도 나돈다. 최씨가 향후 수사 과정에서 감형을 노리고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 피해액을 일부 변제하는 방식으로 환수가 가능할 것이란 시나리오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한 변호사는 “공무원에 준하는 고도의 윤리성과 직무상의 청렴성의 요구되는 공단직원으로서 무엇보다 국민의 혈세인 공단 기금을 빼돌린 점 등을 감안하면, 피해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매우 중한 처벌이 예상된다”라며 “적극적으로 공단의 피해액을 변제하고 선처를 받을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2010~2022년 건보공단에서 벌어진 5건의 유사 횡령 관련 사례에서는 피해 본 금액 전액을 환수하지 못했다. 횡령 금액은 2억5138만원인데 환수 금액은 절반(48.6%)인 1억2226만원에 그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