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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치킨집 월400만원 소득 숨겼다…복지급여 부정수급 들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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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빈곤층 가구의 모습. 중앙포토

서울의 한 빈곤층 가구의 모습. 중앙포토

50대 여성 A씨는 이혼하면서 자녀 1명과 2인 가구가 됐다. 별다른 소득이 없다고 신고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고, 생계비·의료비를 지원받았다. 하지만 A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된 이후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일하며 월급을 받게 됐다. 이 사실을 숨겼다. 소득·재산에 변동이 있으면 반드시 당국에 알려야 하는데,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렇게 4년 동안 정부 지원금 2718만원을 타 먹었다. 그러다 이런 사실을 아는 누군가가 "수급자라고 속이고 다닌다"고 당국에 신고하면서 부정 수급 사실이 탄로 났다. 정부는 A씨의 부정 수급액을 전액 환수했다. 이를 신고한 사람에게 815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복지급여 부정 수급 백태

"수급자라고 속이고 다닌다" 

지난해 정부의 복지 급여를 엉터리로 타 먹다 주변 신고로 탄로 난 경우가 138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지난해 사회보장 급여 부정수급을 신고한 사람에게 3억5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공개했다. 2022년보다 신고 포상금을 받은 사람이 30명 증가했다. 공익 신고가 점점 활성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A씨처럼 새로운 소득이 생겼는데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122건으로 가장 많다. 부정 수급자들은 새로운 소득이 드러나지 않게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생계급여 수급자인 40대 남성 B씨는 개인이 운영하는 사업장에 3년 근무하면서 월급을 현금으로 받았다. 이 덕분에 근로소득이 드러나지 않았다. 공익 신고자의 신고 덕분에 이 사실이 드러나 978만원이 환수됐다.

타인 명의의 통장으로 월급을 받은 사람도 있다. 1인 가구의 30대 장애 수급자 C씨는 3년간 차량 유리막 코팅 업체에서 일하면서 월 150만원을 누나·조카 등의 통장으로 받았다. 1566만원을 부정하게 타 먹었다.

30대 남성 D씨는 수용시설 출소 후 1인 가구 기초수급자가 돼 생계비·의료비를 지원받았다. 그러다 지인과 치킨집을 같이 차렸고, 여기서 월평균 400만원의 소득을 올렸으나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D씨는 1175만원을 토해내고 수급자에서 탈락했다.

SNS 판매, 유튜브 방송 소득 숨기기

SNS·유튜브를 활용해 돈을 버는데도 이를 숨기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40대 여성 E씨는기초수급자가 돼 생계비와 의료비 지원을 받던 중 SNS를 이용해 액세서리·다이어트 약 등을 1년간 판매하여 200만원의 소득이 생겼지만, 주민센터에 알리지 않다가 적발됐다. 718만원이 환수됐다. 30대 여성 F씨는 유튜브 개인방송을 운영하면서 월 20만원의 후원금 수익이 발생했는데 숨겼다가 들통났다.

가구 구성원을 속인 경우도 있다. 20대 비혼모 G씨는 기초수급자 지원을 받던 중 남자 친구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3인 가구 기준으로 생계비·의료비·주거비 등의 지원을 받았다. 누군가가 "남자 친구가 남편과 다름없다"고 신고했다. 당국이 확인한 결과, G씨가 남자 친구 집에서 살고 차를 이용하는 등 시살상 부부관계로 확인됐다. 그러면 4인 가구가 돼야 한다. 정부의 기초생활보장 지침에 따르면 가구 규모별로 소득인정액이 다르다. 4인 가구 기준을 적용했더니 기준에 맞지 않았다.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했고 1500만원이 환수됐다.

가정양육수당 부정 수급자도 2건 적발됐다.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가정에 지급하는 수당을 말한다. 이 수당을 받다가 이혼했고, 그러면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이 수당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부정하게 지급된 70만원, 100만원을 환수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8월 보조금 부조리 신고센터를 설치해 핫라인(1551-1290)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로 신고하면 된다. 또 신고 절차나 방법, 신고 사안의 진행 상황, 부정 수급 여부 등을 알려준다. 지난해 8~12월 587건이 접수됐다. 복지 포털 사이트인 '복지로'에도 890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보건복지부 김충환 감사관은 “부정 수급은 주변 신고가 중요하다. 국민이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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