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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혜수의 카운터어택

한국인 감독, 거 누구 없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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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장혜수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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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 세계 축구의 큰 별이 졌다.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와 감독을 지낸 마리우 자갈루가 지난 5일 별세했다. 1931년생, 향년 92세다. 지난 7일에는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와 감독을 지낸 프란츠 베켄바워가 자갈루 뒤를 이었다. 1945년생, 향년 78세다. 축구기자를 하며 운 좋게 두 사람을 만났다. 엄밀히는 같은 방에 있었다. 자갈루는 2002년 11월 브라질 대표팀을 이끌고 친선경기 차 방한했다. 베켄바워는 2001년 4월에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 조 추첨자로 방한했다. 모두 기자회견장에서 만났다.

한국 대표팀에 한국인 감독은 시기상조일까. 사진은 훈련 내용을 지시하는 독일 출신 클린스만 한국팀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 대표팀에 한국인 감독은 시기상조일까. 사진은 훈련 내용을 지시하는 독일 출신 클린스만 한국팀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자갈루와 베켄바워 두 사람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두 사람 다 공격수가 아니다. 자갈루는 전후방을 오가지만 측면 수비가 주업인 윙백이다. 베켄바워는 리베로로서 공격에도 가담하지만 중앙 수비가 본업인 스위퍼다. 선수 은퇴 후 자갈루는 평생 지도자로 살았다. 베켄바워는 지도자를 거쳐 행정가로 변신했다. 그래도 평생 축구를 놓지 않은 점만큼은 똑같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공통점은 선수로, 또 감독으로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우승한 점이다.

자갈루는 1958년 스웨덴, 1962년 칠레 월드컵에 선수로 출전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는 감독으로 나가 우승했다. 베켄바워는 1974년 서독(독일) 월드컵은 선수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은 감독으로 우승을 맛봤다. 월드컵을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한 건 이들 두 사람과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1998년 프랑스 월드컵 선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감독)까지 셋뿐이다.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1회)부터 2022년 카타르 월드컵(22회)까지, 모든 우승팀 감독은 자국 출신이다. 외국인 감독으로 우승한 경우는 없다. 인과성까지는 몰라도 상관성은 있어 보인다.

오늘(12일) 카타르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개막한다. 역대 최강이라는 한국은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직전 우승이 1960년 대회였다. 이번 대회 24개 참가국 중 자국 감독이 맡은 팀은 호주(그레이엄 아놀드), 이란(아미르 갈레노이), 일본(모리야스 하지메) 등 세 팀이다. 이들은 한국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다. 한국 감독은 독일 출신 위르겐 클린스만이다. 사실 이번 아시안컵에 한국인 감독도 두 명이나 출전한다. 다만 ‘외국인 감독’으로서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과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이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자갈루와 베켄바워를 떠나 보내며 이런 생각을 해봤다. 월드컵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아시안컵에서라도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하는 한국인을 볼 날이 올까. 1960년 우승 멤버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다. 만약 이번에 우승해도 그 선수 중 누군가가 지도자가 되고, 게다가 그들 중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나와야 가능한데. 어느 세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