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내 시공능력평가 16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개시가 확정됐다. 대형 건설사 기준 2013년 워크아웃행을 탄 쌍용건설(2012년 기준 13위) 이후 11년 만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날 열린 1차 채권자협의회에서 609곳의 채권자 투표(서면결의)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결의가 합의됐다. 신용공여액 기준으로 채권자의 75%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서다. 익명을 요구한 채권단 관계자는 “주요 채권단은 물론 (채권자의 상당수 비중을 차지하는) 2금융권 상당수도 워크아웃에 동의했다”며 “(투표율은) 이미 워크아웃 개시 조건(75%)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날 자정까지 투표는 계속된다. 산업은행은 12일 오전 정확한 집계 결과를 발표한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서 태영건설에 대한 금융채권은 석 달간(한 달 연장 가능) 유예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따르면 4월 11일까지 태영건설 실사를 거쳐 워크아웃 첫 단추인 기업개선계획을 마련한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기업 재무구조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우발채무 가능성, 자구계획에 제시한 담보물(주로 지분) 가치 등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실사를 거쳐 기업개선계획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기업개선계획은 채권단 주도로 부실사업장 정리, 인력 구조조정 등 기업을 살려내는 정상화 방안이다. 워크아웃 문이 열리더라도 채권자들 간 이해 상충 등 여러 난관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건설사 워크아웃은 PF 사업장마다 대주단(대출금융회사의 모임)이 다르기 때문에 대주단과 건설사에 직접 돈을 댄 금융사(산은 등 주채권단)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 또 태영은 채권단이 실사 후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동안 태영건설의 운영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이때 금융채무는 동결되지만, 자금 수혈(신규자금)은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태영이 기존 자구계획만 제대로 이행하면 1조5000억~1조6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꼼꼼한 기업 실사를 거쳐 기업개선계획을 마련하는 게 워크아웃의 핵심”이라며 “이런 구조조정으로 사업장이 정상화돼야 (태영건설은) 채무를 털고,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PF 우발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의 PF 관련 보증채무는 3조7000억원에 이른다. 태영건설은 대주주가 TY홀딩스 및 SBS 지분을 담보로 현금 확보에 나서겠다는 추가 자구안을 내놓으면서 워크아웃의 기회를 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