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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여부, 윤 대통령 고심 깊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고심이 깊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1일 중앙일보에 “윤 대통령이 이전 거부권 행사 때보다 더 숙고하고 있다”며 “법률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충분히 시간을 갖고 당과 유관 부처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른 참모도 “특별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문제 인식은 분명하지만, 여권 내에 여러 의견이 있다”며 “당과 정부, 대통령실 간의 전체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8일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이 본회의를 통과한 지 8일 만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달리 신중한 기류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야당 주도로 이태원 참사 재조사를 위해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구성하는 내용의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거부권 행사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익명을 원한 한 참모는 “광범위한 피해자 규정과 특조위의 과도한 권한 등 문제가 많다”며 “이미 여러 차례 조사와 수사를 한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참사를 총선 내내 우려먹겠다는 뜻”(전주혜 원내대변인)이라며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동시에 쌍특검법 직후 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라 정치적 부담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159명이 숨진 대형 참사의 진상 규명을 막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여론이 확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적지 않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민을 위해 당연한 것”이라고 했던 한 위원장은 이번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우리 원내에서 신중하게 논의해 볼 것으로 안다”(10일 창원 경남도당 신년인사회 직후)는 입장만 밝혔다.

국민의힘은 당내 의견을 두루 청취한 뒤 거부권 건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이태원 특별법 최종 처리 과정이 앞으로 당과 용산의 관계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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