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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혼' 담긴 내소사 동종…부안 첫 국보에 수백명 몰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전북 부안군 내소사에서 '내소사 고려동종' 국보 지정식이 열렸다. 사진은 국보로 지정된 내소사 동종.연합뉴스

9일 전북 부안군 내소사에서 '내소사 고려동종' 국보 지정식이 열렸다. 사진은 국보로 지정된 내소사 동종.연합뉴스

“백제 무왕 34년(서기 633년)에 창건된 내소사의 유구한 역사에다 동종(銅鍾·구리로 만든 종)이 국보로 지정되는 영광까지 안았다. 고려시대 범종 장인(匠人) 한중서의 정성이 빛날 수 있게끔 문화재 보존에 최선을 다하겠다.”(주지 진성스님)

보물에서 국보 승격한 동종은 처음 #부안 지역 첫 국보…지역민들 "영광"

9일 전북 부안의 천년 고찰 내소사에서 작지만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1963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됐던 내소사 동종이 지난해 12월 국보로 승격된 것을 기념해 이날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주지인 월봉 진성스님에게 국보지정서를 전달한 것. 수백명의 군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몰려들어 부안 지역 첫 국보 지정을 반겼다.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 동종은 내소사 동종이 처음이다. 이를 포함해 국보 동종은 총 5건이며 고려시대 동종으로는 세 번째다(2건은 통일신라시대).

이날 수장고에서 관람객을 맞은 내소사 동종은 단정하고 우아한 몸통에 화려한 용뉴(용 모양의 걸이)가 두드러졌다. 용은 입을 쩍 벌린 채 보주(寶珠·보배로운 구슬)를 물고 있는 모습으로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까지 정교했다. 몸통 높이 104.8㎝, 입지름(원통 모양으로 된 물건의 지름) 67.2㎝으로 고려시대 만들어진 종 가운데 풍채가 가장 우람한 편이다. 통일신라 동종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몸체에 천인상(天人像) 대신 삼존상(三尊像)을 배치하는 등 고려기만의 특징을 보여준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9일 오후 전라북도 소재의 부안 내소사 내 수장고에서 ‘부안 내소사 동종’ 국보 지정 기념행사의 참석자들에게 ‘부안 내소사 동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안 내소사 동종’은 고려 후기 동종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높은 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26일 국보로 지정됐다. 사진 문화재청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9일 오후 전라북도 소재의 부안 내소사 내 수장고에서 ‘부안 내소사 동종’ 국보 지정 기념행사의 참석자들에게 ‘부안 내소사 동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안 내소사 동종’은 고려 후기 동종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높은 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26일 국보로 지정됐다. 사진 문화재청

동종 전문가이기도 한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제작 시기와 주조 장인이 확실한데다 빼어난 만듦새와 비교적 보관이 잘 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국보 승격 가치가 충분한 고려 범종의 걸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종의 겉면에 새겨진 명문에는 한중서라는 이름의 장인이 1222년(고려 고종 9) 약 700근(약 420㎏)의 무게로 만들었다고 돼 있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한중서는 13세기 전반부터 중엽까지 활동하면서 고령사 청동 북(1213년), 복천사 청동 북(1238년), 신룡사명 소종(1238년) 등 여러 작품을 남긴 것으로 확인된다.

전북 부안에 위치한 내소사의 고려 동종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됐다. 보호를 위해 종이 수장고로 옮겨지면서 현재 종루가 비어있지만, 조만간 복제종이 이 자리에 걸리게 된다. 강혜란 기자

전북 부안에 위치한 내소사의 고려 동종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됐다. 보호를 위해 종이 수장고로 옮겨지면서 현재 종루가 비어있지만, 조만간 복제종이 이 자리에 걸리게 된다. 강혜란 기자

당초 동종은 '청림사'라는 절에 봉안됐다가 1850년 내소사로 옮겨졌는데, 이런 내용 역시 몸체에 추가로 음각돼 있다. 변산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청림사는 갖은 변란을 거치며 폐사된 것으로 보인다. 내소사에선 1980년대까지 타종을 했지만 이후 훼손을 우려해 복제종을 만들어 대신하고 원본은 보관해왔다.

권익현 부안군수는 환영사를 통해 “첫 국보 승격의 의미를 되새기며 지역 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후대에 계승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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