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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스트 경례'에 이탈리아 발칵…야당, 멜로니 총리에 화살

중앙일보

입력

로마식 경례를 하는 파시즘 추종자들. 이탈리아 일간지 비르질리오 노티치에 캡처.

로마식 경례를 하는 파시즘 추종자들. 이탈리아 일간지 비르질리오 노티치에 캡처.

이탈리아 로마에서 수백 명의 군중이 과거 파시스트들의 로마식 경례(손바닥을 아래로 한 채 팔을 곧게 뻗는 경례)를 하는 영상이 공개돼 이탈리아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야당은 조르자 멜로니 정부에 네오파시스트 단체를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이탈리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로마 동남부의 아카 라렌티아에 있는 옛 네오파시스트 정당인 이탈리아사회운동(MSI) 본부 앞에 수백명의 파시즘 추종자들이 몰렸다. 46년 전 좌익 무장세력에 살해된 이 당의 청년조직원 3인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온라인에 공유된 행사 영상에 따르면 군중은 일렬로 서서 로마식 경례를 했다. 이들은 “쓰러진 모든 동지를 위하여”라는 구호에 맞춰 “프레젠테(Presente)”라고 외쳤다. 이는 세 번 반복됐다.

로마식 경례는 고대 로마제국의 경례 방식으로 손바닥을 아래로 한 채 팔을 쭉 뻗어서 한다.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통치 시절에 널리 쓰여 ‘파시스트 경례’로도 불린다. 독일 나치식 경례와도 유사하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영상은 이탈리아 주요 매체의 메인 뉴스로 보도되면서 엄청난 파문을 낳았다. 야당은 멜로니 정부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PD)의 엘리 슐라인 대표는 “(무솔리니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1924년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헌법에 명시된 대로 네오 파시스트 단체는 반드시 해체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의 헌법은 파시즘을 찬양하거나 선전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했다. 그러나 무솔리니 정부 장관을 지낸  조르지오 알미란테가 설립한 MSI 등의 신파시스트 그룹은 다른 이름으로 정치세력화 했다.

야당은 이번 사건으로 멜로니 총리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MSI와 총리의 관계 때문이다. 멜로니 총리는 MSI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2012년엔 MSI를 계승한 이탈리아형제들(FdI)을 창당했다. 그는 2014년부터 FdI의 대표직을 맡았고, 2022년 총선에서 우파 연합의 승리를 이끌어 총리가 됐다.

파문이 일자 FdI 소속 하원 부의장인 파비오 람펠리는 8일 “(파시즘 추종자의 행위는) 우리의 스타일도 아니고, 우리의 철학도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멜로니 총리는 선거 기간 중 “파시즘은 지나간 역사”라며 네오파시스트 단체와의 거리를 뒀다.

그러나 FdI는 MSI가 사용했던 삼색 불꽃 로고를 여전히 사용하는 등 파시즘 잔재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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