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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비싼 동네, 약국 수는 비슷한데 병의원은 1.7배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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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른바 부자 동네와 상대적으로 가난한 동네의 보건복지·교육 인프라 격차가 상당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8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도시 내 고가주택 군집지역과 저가주택 군집지역 간 거주환경 격차에 관한 연구’에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국토연구원은 서울을 국가기초구역(도로명주소를 기반으로 한 읍·면·동 면적보다 작은 경계)을 기반으로 고가주택 군집지역(455곳, 이하 고가지역)과 저가주택 군집지역(1025곳, 저가지역)으로 나눠 교통·생활·보건복지·교육·문화체육 등 거주환경 수준을 조사했다. 평균 주택공시가격은 고가지역 12억5340만원, 저가지역 2억1239만원으로 6배가량 차이가 났다.

이에 따르면 병의원 수는 고가지역이 2547개, 저가지역은 2521개로 고가지역이 조금 더 많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구 1만 명당 숫자는 고가지역이 25.5개, 저가지역이 14.9개로 고가지역이 70% 많았다. 인구 1만 명당 의사 수 역시 고가지역은 50.9명, 저가지역은 22.2명으로 2배 넘게 차이가 났다.

인구 1만 명당 약국 수도 고가주택 지역 5.43개, 저가지역 5.27개로 고가지역이 조금 더 많았다. 다만 저가지역에 인구 대비 응급실 수가 더 많고, 가장 가까운 응급실까지의 거리가 짧았다. 연구진은 “저가지역의 병의원과 의사 수가 적정한 수준인지 보건당국의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저가지역을 공공병원, 의료원 등의 설치 우선 지역으로 지정해 의료환경의 지역적 격차를 좁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중학교 졸업생의 특목고·자사고 진학률도 집값 수준에 따라 차이가 컸다. 고가지역 내 중학교 졸업생의 특목고·자사고 진학률은 18.2%로 저가지역(6.0%)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은 저가지역 중학교 교육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일 수도 있지만, 이들 지역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부모의 지원을 덜 받아서 일 수도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진은 “저가주택 군집지의 중학교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과 학급을 제공해 자사고·특목고 진학률 격차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교통환경 역시 격차 해소가 필요한 부문으로 지적됐다. 저가지역은 고가지역보다 인구수 대비 지하철역 수와 정차 버스노선 수가 적은 데다 지하철역까지 거리가 더 길고 도심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를 교통정책 수립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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