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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29%, 허가 -13%…건설업이 올해 한국경제 뇌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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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해 건설경기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선 “올해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확대되겠으나 소비 둔화, 건설경기 부진이 전망된다”는 관측이 담겼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2%인 가운데 건설투자 전망치는 역성장(-1.2%)할 것으로 내다본다.

KDB산업은행이 50인 이상 378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1만9190개)의 설비투자액은 총 225조3000억원으로 전년(217조8000억원·잠정치)보다 3.4% 늘어나겠지만, 건설업 설비투자만 따로 떼어 보면 -18.2%(9조8920억원→8조901억원)를 나타낼 것으로 관측됐다. 조사를 시작한 2016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다른 산업과 대조적으로 건설산업만 유독 설비투자가 내리막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정부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를 건설 경기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본다. 고금리 상황에서 건설사와 수요자 모두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게 마련이다. 특히 건설사 입장에선 자재비 상승 등에 따라 공사원가를 끌어올리게 된다. 이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수요를 위축시킨다.

건설경기 침체는 올해를 넘어 2~3년 후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1월 경제동향’에서 “건설투자 선행지표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 건설수주가 전년동기 대비 -29.5%, 건축허가면적은 -13.3%를 나타냈다. 건축착공면적도 감소세다. 지난 3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지표로 보는 건설시장과 이슈’를 통해 “2022년 하반기 이후 선행지표인 건설수주, 건축허가, 착공, 분양 등 모든 지표가 역대급 부진”이라며 “올해부터 건설물량 감소가 본격화되고 적어도 2025년까지 부진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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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속에 누적된 공사비(인건비·자재비 등) 상승 등의 요인이 겹친 탓에 선행지표까지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금융위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당시 건설경기는 5년 가까이 장기 침체했고 100대 건설사 중 40개 이상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등에 빠졌다.

태영건설 등 이미 흔들리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도급순위 100위권대인 A건설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진행되는 경기도의 한 물류창고 신축 공사에서 자금 사정 악화로 책임준공 기한을 넘길 위기에 처해 있는데, 시행사 측에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A사가 책임준공 기한을 넘기면 시행사 측의 1000억원대 부동산PF 대출까지 떠안아야 한다. A사는 경남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도 공사를 반년가량 지연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문 닫은 종합건설사는 2021년 169곳→2022년 261곳→지난해(1~11월) 366곳으로 빠르게 불고 있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26조4000억원의 6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등 건설 경기 살리기에 나섰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설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건설사가 연쇄 도산하면 협력업체도 연쇄 도산하게 되고 저학력 노동자 위주로 실업률이 급하게 늘어나 실물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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