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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서 난 곡물 100%로 만들어야 ‘안동소주’ 이름 허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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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이철우 경북도지사(왼쪽 둘째)가 지난해 3월 안동소주 제조업체를 방문해 누룩을 직접 만들어보고 있다. 경북도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안동소주 세계화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

이철우 경북도지사(왼쪽 둘째)가 지난해 3월 안동소주 제조업체를 방문해 누룩을 직접 만들어보고 있다. 경북도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안동소주 세계화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

앞으로 경북 안동시에서 난 곡류로 만든 증류식 소주에만 ‘안동소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경북도가 안동소주 품질 향상을 목표로 ‘도지사 품질인증 기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품질인증 기준은 특정 지역 전통 주류 명맥을 보호하는 동시에 품질도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만이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고,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규정에 따라 생산한 위스키만 ‘스카치위스키’라는 표시를 할 수 있게 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북도는 업체·대학·관계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안동소주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지난해 말 도지사 품질인증 기준을 확정했다. 안동시에서 생산한 곡류 100%를 사용하고 안동시에 있는 양조장에서 생산된 증류식 소주만이 ‘안동소주’라는 이름을 불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원료가 되는 쌀은 수분 16% 이하, 싸라기 7% 이하, 이물 0.3% 이하여야 하고 증류원액과 정제수 외 다른 첨가물은 사용해선 안 된다. 이와 함께 다른 양조장에서 반입한 증류·양조원액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한다. 알코올 도수도 30%를 넘어야 한다. 또 오크통 숙성을 포함해 최소 6개월 이상 숙성을 거치되 이 과정에서 오크칩을 사용해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제소믈리에협회 인증 소믈리에 김민 루나피에나 대표는 “원산지 표시는 출처 표기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품질·명성·차별화한 특성을 공인받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세계 각국의 인증 제도와 보조를 맞추는 것이고 전통주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바람직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안동소주는 750년 된 음식 유산으로 스카치위스키보다 역사가 200년 정도 앞선 한국 대표 전통주다.

경북도는 지난해 초부터 ‘안동소주 세계화’를 위한 TF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안동소주 국내 매출액은 167억원으로 2022년 134억보다 25% 성장했다. 수출액도 2022년 6억원에서 지난해 7억원으로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전통주 시장 규모는 1629억원으로 홈술·혼술 열풍을 타고 2021년 941억원보다 7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동소주를 비롯한 경북도 전통주 시장 규모도 2022년 194억원으로, 2021년 143억원보다 35% 커졌다.

경북도는 앞으로 국내외 주류시장 공략을 위한 기초작업인 BI(브랜드 정체성)와 공동 주병을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안동소주를 주로 도자기 병에 담아 판매했지만, 이 같은 브랜딩이 세계화 전략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트렌디한 디자인을 한 병과 차별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줄 수 있는 BI를 도입하는 한편 업체마다 다른 제품 특징을 라벨로 구분하도록 뜻을 모았다. 이를 통해 역사성을 부각하고 명주 이미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경북도는 안동소주 제품과 잔 등을 묶어 파는 세트상품 개발 등 시장 확대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홈페이지, 외국어 홍보물 제작 등 세계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국제 주류박람회 참가, 국제 학술대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안동소주 역사는 스카치위스키보다 200년이나 앞섰고 중국 바이주(白酒) 등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명주”라며 “안동소주 고급화와 브랜드화를 통해 전통주 수출길 확대에 경북도가 앞장서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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