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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딸의 뜻’ 지키는 부정…고 장진영 부친, 또 5억원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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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장학금 5억원을 기부한 장길남 이사장(오른쪽)과 서창훈 우석학원 이사장. [사진 우석학원]

장학금 5억원을 기부한 장길남 이사장(오른쪽)과 서창훈 우석학원 이사장. [사진 우석학원]

“푸르러 높아가는 가을 하늘 아래 한 송이 국화 영원한 잠에 들다. 고고한 자태를 이제는 직접 볼 수 없지만 그를 사랑하는 이들 마음속에 은은한 향기로 남아 숨 쉬어라.”

15년 전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장진영(당시 37세·사진)씨 기념관에 적힌 비문이다. 장씨 아버지 장길남(89)씨는 2010년 3월 사재 11억원을 털어 장학재단 계암장학회를 만들었다. ‘어려운 학생을 돕고 싶다’는 딸 유지에 따라 생전에 딸이 펼치던 선행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소외된 환경의 인재를 돕는 장학사업은 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했다.

새해에도 장 이사장의 선행은 멈추지 않았다. 8일 학교법인 우석학원에 따르면  장길남 계암장학회 이사장이 최근 장학금 5억원을 기부했다. 장 이사장은 지난 4일 우석대 전주캠퍼스에서 열린 기부금 전달식에서 “딸이 생전에 간절히 원했던 뜻이 전달됐으면 한다”며 “학생 교육과 지역 사회 공헌에 앞장서고 있는 우석학원 발전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서창훈 우석학원 이사장은 “장길남 이사장의 소중한 뜻에 따라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우석학원은 우석대 전주캠퍼스 교양관 지역협력세미나실 이름을 ‘계암 장길남 홀’로 부를 계획이다.

고(故) 장진영.

고(故) 장진영.

장 이사장은 딸이 떠난 뒤 15년간 전북대·우석대 등 지역 대학과 딸 모교인 전주중앙여고에 장학금 2000만~1억5000만원을 기부했다. 우석학원에 기부한 5억원은 그간 기부액 중 가장 크다고 한다. 딸 사망 10주기인 2019년엔 임실군에 장학금 1억원을 기부했다. 임실은 장 이사장 고향이자 장씨가 잠든 곳이다.

장 이사장은 2010년 5월 임실 운암면 계암리에 장진영기념관을 열었다. 계암장학회는 운암면 계암리에서 따왔고, 장씨 유해도 운암면 선산에 봉안됐다.

1972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장씨는 1992년 미스코리아 충남 진으로 뽑힌 뒤 연예계에 데뷔했다. 영화 ‘국화꽃 향기’ ‘싱글즈’ 등에 출연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사랑받다 2009년 9월 1일 위암으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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