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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 안 찾는 재두루미…이상기후 탓? 잠자리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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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2019년 11월 28일 겨울을 나기 위해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저수지를 찾은 재두루미와 큰 고니가 하늘을 날고 있다. 주남저수지는 국내 대표 철새 도래지다. [중앙포토]

2019년 11월 28일 겨울을 나기 위해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저수지를 찾은 재두루미와 큰 고니가 하늘을 날고 있다. 주남저수지는 국내 대표 철새 도래지다. [중앙포토]

경남 창원시 의창구 주남저수지(면적 898만㎡). 축구장(7140㎡) 12개가 넘는 광활한 크기의 농업용 저수지다. 1970년대 중반까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한 해 100만명 이상 탐방객이 찾는 생태관광지가 됐다. 국내 대표 철새 도래지로 알려지면서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 월동지로 인기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재두루미는 극동아시아에서만 분포하는 종으로 몽골 동부, 러시아와 중국 국경지역에서 번식하는데 한국과 중국 양쯔강 유역, 일본 이즈미에서 겨울을 보낸다. 10월 하순에 찾아와 이듬해 3월 하순에 되돌아간다. 이 때문에 한반도를 지나가는 ‘나그네새’이자 ‘겨울철 진객’으로 불린다. 창원시는 주남저수지를 찾는 재두루미 등 겨울 철새 서식환경 보전을 위해 볍씨(1일 200㎏)를 뿌리며 월동을 돕고 있다.

그런데 이번 겨울 주남저수지를 찾은 재두루미 개체 수가 전년 이맘때와 비교해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시에 따르면 올 새해 첫날(1일) 관찰된 재두루미는 569마리다. 지난달 최대 개체 수도 980마리에 그쳤다. 지난 겨울에 최대 1417마리(2023년 1월), 1154마리(2022년 12월)가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적다. 이례적으로 재두루미가 많이 찾았던 그 이전 겨울(2020년 12월~2021년 2월)에는 매월 최대 1244마리(2020년 12월), 1837마리(2021년 1월), 2211마리(2021년 2월)가 관찰되기도 했다. 창원시 주남저수지과 관계자는 “이때는 조류독감 영향 탓에 일본에서 먹이활동을 하기 어려운 철새들이 이례적으로 많이 왔다”면서도 “이번 겨울은 반짝 추위를 제외하곤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한반도 중부 지방에서) 재두루미가 아직 덜 내려온 것”이라고 했다.

대개 재두루미는 초겨울엔 강원도 철원 등 중부지방에 머물다, 한파가 더 심해지면 주남저수지 등 남부지방으로 남하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철원의 월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7.2도로, 전년 같은 달 영하 12.7도보다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시는 “지금 철원에 약 5000마리의 재두루미가 있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그러면서 “날씨가 더 추워지는 1월 중순이면 예년처럼 많이 올 것이고, 날씨가 서서히 풀리는 2월에도 일본에 있던 개체가 다시 북상하면서 ‘중간 기착지’로 주남에 올 것”이라고 했다.

개체 수 감소가 안정적인 잠자리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환경단체의 지적도 있다. 재두루미 주요 잠자리는 주남저수지 안에 있는 갈대섬이다. 길이 150m, 폭 10~15m쯤 되는 모래톱이다. 발목 정도가 물에 잠길 수심이 얕은 이곳에서 재두루미는 삵 등 천적이 접근하면 물에서 파장을 느끼고 도망간다. 현재 주남저수지 수위는 3.35m 정도인데, 환경단체는 3.2m까진 낮춰야 충분한 잠자리가 마련된다고 주장한다. 재두루미는 발목(20㎝ 내외)은 물에 잠기되, 꽁지깃이 물에 닿는 싫어하는 ‘까탈스런 성미’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주남저수지 어촌계는 저수용량이 줄면 봄철 수질이 나빠져 어로 행위에 방해가 된다며 수위 조절에 반대한다. 시 관계자는 “주민·환경단체 등과 논의해 원만한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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