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즈그룹 파산, 中부동산 새로운 불씨 “올해 만기인 부동산 채권 규모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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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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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그림자 금융’의 상징으로 부동산 개발 업체의 자금줄 역할을 해 온 자산운용사 중즈그룹이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시장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에 따른 개발 업체들의 위기가 신탁업계로 번지면서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부동산 채권 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7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이징시 제1중급인민법원은 지난 5일 중즈그룹의 파산 신청을 수리했다. 만기 도래한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다. 중즈그룹의 부채 규모는 약 4400억~4600억 위안(약 80조~84조원)으로 총자산(2000억 위안)의 두 배가 넘는다. 초과 채무가 40조원대에 이르자 결국 백기를 든 셈이다.

중즈그룹은 부유한 개인 투자자와 기업의 자금을 모아 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중소기업이나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빌려주는 신탁산업, 이른바 그림자 금융을 해왔다. 부동산 경기 호조에 힘입어 한때 자산 규모가 1400억 달러(약 184조원)를 넘어 서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2020년 하반기부터 엄격한 규제에 나서면서 그림자 금융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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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즈그룹의 위기가 불거진 건 지난해 8월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다. 그룹 산하 부동산 신탁회사인 중룽신탁이 3500억위안(64조원) 규모의 만기 상품 상환을 연기했는데, 비구이위안 등에 투자한 게 유동성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즈그룹 파산으로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 다만 채권자 대부분이 금융회사가 아니라 고액 자산가들이라 금융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진 않을 거란 관측도 있다.

문제는 이처럼 부동산 신탁회사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위기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윈드(wind)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디폴트가 발생한 중국 부동산업 채권 수는 237개, 규모는 2674억 위안으로 전체 부동산 채권의 26.8%에 달한다. 디폴트 채권의 77.4%가 상환 유예로 넘어가면서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부동산 디폴트 사태가 본격화된 시점은 2022년부터이고 유예된 채권 상환 규모가 올해부터 늘기 시작한다”며 “상환 유예 2년 차에 진입하는 디폴트 채권이 올해 1분기와 3분기에 몰려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향후 그림자 금융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3조 달러(약 4000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프랑스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금융당국은 연쇄 부실이 나올 수 있는 금융 구조를 감독할 책임이 있다”며 “그림자 금융이나 순환출자를 통한 '금융 문어발' 모델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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