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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으로 메운 비상구, 한국엔 그런 기종 없다" 보잉 사고 촉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교통안전 당국 조사관이 최근 문이 떨어지는 사고가 난 보잉 항공기를 살피는 모습. AP=연합뉴스

미 교통안전 당국 조사관이 최근 문이 떨어지는 사고가 난 보잉 항공기를 살피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포틀랜드 공항 인근에서 보잉 항공기의 문이 운항 중 떨어져 나간 사고와 관련해, 국내 항공업계가 미 당국의 후속 조치와 국내 소비자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고 비행기와 같은 기종(B737-9 MAX)은 국내에서 운항하진 않으나, 상당수의 같은 부품을 쓰는 ‘MAX(맥스) 시리즈’의 또 다른 항공기(B737-8 MAX)를 국내 항공사들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두 기종 간 가장 큰 차이는 동체 길이다. 사고가 난 737-9의 길이는 42.2m인데, 737-8은 39.5m다. 737-9가 더 긴 만큼 기체 중간에 비상문이 하나 더 있고, 이번 사고 비행기의 운항사인 알래스카항공 측 요구에 따라 보잉은 비상문이 있던 공간을 벽으로 메웠다. 그런데 이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이 때문에 현재 김포-오사카 노선 등에 737-8 기종을 쓰고 있는 항공사들은 “두 기체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7일(현지시간) “안전 확인 때까지 해당 기종에 대한 운항을 허용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보잉도 “승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입장에서 FAA의 결정과 향후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만일에 대비해 국내 항공사들에 737-8 기종의 안전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국내 항공사가 운항하는 737-8은 14대다. 국토부는 9일까지 항공기 문 장착 및 작동 이상 여부를 점검하고, 출입문 고정 상태를 다시 살피기로 했다. 항공사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승객들의 무더기 예매 취소와 같은 동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737-8은 항공사 보유 기종 중 극히 일부여서, 만약에 승객들이 불안해한다면 대체편 투입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의 보잉 737-8. 2022년 3월 운항을 시작했다.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의 보잉 737-8. 2022년 3월 운항을 시작했다. 사진 대한항공

5대의 737-8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에 보잉 맥스 시리즈는 ‘아픈 손가락’이다. 연료와 배출가스를 동급 대비 최대 20% 줄일 수 있고, 소음도 절반 수준이라는 장점을 보고 대한항공은 지난 2015년 737-8 기종 30대를 주문했다. 하지만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2019년 3월 에티오피아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한 뒤 전 세계적으로 운항이 금지됐다. 보잉은 사고 원인으로 꼽힌 센서 기능 등을 보강했고 2021년 11월 한국 등에서 다시 운항 허가를 받았다. 현재 상태로 개선된 737-8 기종이 국내에 도입된 건 2022년 2월인데, 대한항공은 이전 사고 이력을 감안해 이 모델에 대한 정비 전담반을 투입하고 비행시간 7000시간 이상의 경력자를 기장으로 우선 투입하며 안전성에 신경을 더 써왔다. 737-8의 날개 끝단 장치 등 일부 부품은 대한항공이 공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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