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담대·전세대출도 갈아타세요…대환대출 인프라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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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의 ATM기와 카카오페이 대출 비교 서비스 '대출 갈아타기' 화면 모습. 연합뉴스

1000조원 가계대출 시장의 ‘머니무브’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비대면으로 아파트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면서다. 8일 금융위원회는 아담대는 9일부터, 전세대출은 31일부터 ‘온라인ㆍ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갈아타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10억원 이하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한국주택금융공사ㆍ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의 보증을 낀 전세자금대출 등이 대환대출 서비스 대상이다. 아담대는 기존 대출을 받은 지 6개월 후부터, 전세대출은 3개월 후~계약 기간의 2분의 1이 지나기 전까지 가능하다.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엔 기존 계약 기간 만기 2개월 전부터 15일 전까지 갈아탈 수 있다. 연체나 분쟁 상태의 대출, 저금리 정책금융상품과 중도금 집단대출 등은 갈아타기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환대출 인프라는 크게 ▶기존 대출ㆍ갈아탈 대출을 조회하는 대출비교 플랫폼 ▶기존 대출을 보유한 금융사 ▶갈아탈 신규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금융사 ▶금융결제원의 대출이동 중계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금융소비자는 대출비교 플랫폼에서 매 영업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기존 대출 조회ㆍ신규대출 비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갈아탈 신규 대출 상품을 정한 뒤 해당 금융사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영업점에서 대출 심사를 신청하면 된다.

주택구입 계약서, 전세 임대차계약서 등의 서류는 촬영해 비대면으로 제출하면 된다. 비대면 제출이 어려운 고령자 등 금융 취약계층은 영업점을 방문해 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 소득 증빙 서류는 금융사가 공공 마이데이터를 통해 확인한다.

차주가 갈아탈 상품을 제공하는 금융사는 2~7일간 대출 심사를 진행한 뒤 심사 결과를 차주에게 문자 등으로 알린다. 차주가 상환방식과 금리구조 등 대출 조건을 확인하고 대출 계약을 약정하면 갈아타기 절차가 완료된다. 이후 금융사는 금융결제원 대출이동 중계시스템을 통해 기존 대출의 상환 업무를 처리한다.

기존에는 차주가 직접 기존 금융사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직원과 통화해 상환금액이나 입금계좌 정보를 신규 금융사에 전달했다면, 중계시스템 도입으로 절차가 더 간편해진 것이다.

대환대출 인프라에는 7개 대출비교 플랫폼(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핀다‧뱅크샐러드‧핀크‧에이피더핀)과 34개 금융사가 참여한다. 금융당국은 대출비교 플랫폼이 차주에게 유리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게 알고리즘 검증을 의무화하고, 중개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수수료율을 홈페이지에 공시하도록 했다.

대환대출 인프라 구조도. 사진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은 대환대출 인프라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자극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방안도 함께 마련했다고 밝혔다. 주담대를 갈아탈 때 대출 액수를 늘릴 수 없고, 갈아타는 대출의 한도는 기존 대출 잔여 금액 이내로 제한했다. 갈아타는 대출 만기도 기존 대출 약정 만기 이내로 설정해야 한다. 다만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보증금이 높아진 경우엔 보증금 증가분만큼 한도가 늘어난다.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금융사 간 소비자 유치를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10개 금융회사가 서비스 개시 일정에 맞춰 다양한 비대면 신규 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면 상품보다 비대면 상품 금리를 낮추거나,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금리를 추가 우대하는 상품 등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주담대 잔액은 839조원, 전세대출 잔액은 169조원으로 집계됐다. 차주 1인당 평균 잔액은 지난해 9월 기준 주담대 1억4000만원, 전세대출 1억1000만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해 5월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까지 약 7개월간 10만5696명의 차주가 낮은 금리 대출로 갈아타 총 2조3778억원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갈아타기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 금리가 평균 1.6%포인트 낮아지고, 1인당 연간 54만원의 이자를 아낀 것으로 조사됐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