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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만나분식” 학생·주부·어르신 줄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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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33년 만에 문을 닫는 대치동 은마종합상가 만나분식이 4일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박종서 기자

33년 만에 문을 닫는 대치동 은마종합상가 만나분식이 4일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박종서 기자

“분가한 딸들이 마지막으로 추억의 맛을 꼭 봐야겠다고 해서요.”

지난 4일 오전 9시40분쯤 서울 대치동 은마종합상가의 ‘만나분식’ 앞에서 줄을 서 있던 유모(72)씨가 웃으며 말했다. 이날 10시30분에 개점한다고 공지했지만, 유씨는 1시간 전부터 문 열기를 기다렸다. 33년여간 상가를 지킨 만나분식이 7일을 끝으로 폐점한다는 소식을 듣고 단골들이 몰린 것이다. 결국 오전 10시쯤 사장 박갑수(67)씨가 첫 손님을 맞았다.

박씨와 부인 맹예순(62)씨는 최근 건강이 나빠져 장사를 접기로 했다. 맹씨는 “여름휴가와 추석·설 하루씩을 빼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사하면서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가게를 찾은 손님의 연령대도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두 아들을 데리고 온 40대 여성 김모씨는 “엄마의 추억이 담긴 고향 같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오후 가게를 찾은 단골 방모(42)씨도 “사장님 두 분이 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1990년 무렵 맹씨는 남편의 건강이 나빠지자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가게를 열었다. 인근에 학원가가 형성되면서 만나분식은 학원 수업 사이 학생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는 안식처 역할을 했다. 좋은 재료를 쓰고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아파트 주민뿐 아니라 ‘대치동 맘’ 사이에서도 유명해졌다.

맹씨는 “다 큰 자식들이 ‘쉬면서 여행도 다니고 건강 챙기라’고 하더라”며 “그동안 찾아와 준 모든 손님에게 감사하다고, 다신 볼 수 없어 아쉽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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