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학전의 ‘영원한 가객’…김광석이 된 청춘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고(故) 김광석 28주기를 맞아 지난 6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열린 제2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참가한 7팀과 심사위원들이 함께 노래하고 있다. 어환희 기자

고(故) 김광석 28주기를 맞아 지난 6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열린 제2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참가한 7팀과 심사위원들이 함께 노래하고 있다. 어환희 기자

‘가객’ 김광석(1964~1996)이 세상을 떠난 지 28년이 지났다. 그의 기일인 6일 저녁,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학전블루 소극장(이하 학전)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올해 2회째인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를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함박눈이 펑펑 내렸던 지난해처럼, 이날도 학전 앞 김광석 노래비에 눈이 소복이 쌓였다.

“눈 오는 날은 축복이 있는 날이잖아요.” 옆집 살던 김광석과 3살 때부터 친구였던 가수 박학기(61)는 이렇게 말하며 향을 피웠다. 소주도 한 잔 따라 옆에 놓았다. 그는 매년 1월 6일 학전을 찾아 지인들과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며 옛 친구를 추억했다. 모임은 추모 콘서트 형태로 이어지다가, 2012년 ‘김광석 노래 부르기’라는 정기 대회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는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로 재탄생했다. 본선 7개팀이 김광석의 노래와 각자의 창작곡을 하나씩 선보이는 방식이다. 추모를 넘어, 김광석과 같은 아티스트를 발굴하자는 취지다.

이날도 ‘바람이 불어오는 곳’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등 김광석의 명곡이 울려 퍼졌다. 김광석상을 받은 이상웅(28)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열창했다. 대학 친구 정지윤(28)이 연주하는 소(小)아쟁 소리가 울림을 더했다. 이들은 창작지원금 200만원과 마틴 기타를 받았다. 다시부르기상(서림)·가창상(성해빈·양은채)·연주상(플리크)·편곡상(민물결)·작곡상(곽다경·신우진), 작사상(김부경) 수상자에게는 창작지원금 100만원과 콜트 기타가 주어졌다.

학전 앞에 설치된 김광석 노래비. 어환희 기자

학전 앞에 설치된 김광석 노래비. 어환희 기자

올해 예선에는 178개 팀이 지원했다. 2년 연속 심사위원을 맡은 가수 권진원(58)은 “올해는 심사보다 감상을 많이 했다”며 “전율을 느끼고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가수 이적, 작곡가 김형석과 함께, 처음 심사위원석에 앉은 정원영밴드의 정원영(64)은 “개성 있는 참가자들이 많았다”며 “필드(현장)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학전은 못자리(모내기할 모를 기르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김민기(73) 대표의 철학은 이렇게 실현되고 있었다.

학전은 1991년 개관했다. 이곳에서 김광석은 1000회 이상 공연했고, 들국화·유재하·강산에 등이 관객을 만났다. 창작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통해 설경구·황정민 등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성장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영난에 김민기 대표의 암 투병이 겹치며, 지난해 폐관을 결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학전 살리기’를 추진하며 오는 3월 15일로 예정했던 폐관 위기는 벗어났지만, 운영 방식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박학기는 “학전의 DNA를 가져가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인수 제안도 많았지만, 학전은 장사해서 수익 보는 곳이 아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2일부터 2월 24일까지 학전 무대에는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가 오른다.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는 릴레이 공연 ‘학전 어게인’이 열린다. 설경구·이정은 등 학전 출신 배우·가수들이 출연료 없이 무대에 오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