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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0% 손실날 판…고령자 울리는 홍콩 ELS, 점검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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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중앙포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중앙포토

금융감독원이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와 연계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판매사 12곳에 대한 현장검사에 나선다. 올해 대규모 손실 우려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일부 판매사들이 ELS 판매 한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있어서다.

금감원은 8일부터 홍콩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사인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과 7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에 대해 현장검사를 한다고 7일 밝혔다. 해당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한 국민은행과 한투증권은 분쟁민원을 파악하기 위한 민원조사도 동시에 할 예정이다

지난해 11~12월 금감원은 판매사 12곳에 대한 현장‧서면조사를 벌여 ELS 판매 한도 관리 미흡 문제를 확인했다. 일부 판매사는 2021년 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 기업 제재 행정 명령을 내리는 등 홍콩 증시 변동성이 커졌을 때도 판매 비중을 늘렸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KB국민은행의 경우 지수 변동성이 30% 이상 확대되면 자체적으로 ELS 상품 판매 목표 금액의 50%만 판매한다는 내부 규정이 있는데도 한도를 80%까지 끌어올려 판매한 사례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은행 핵심성과지표(KPI)에 고위험 ELS 상품 실적을 배점에 포함시켜 판매 확대를 유도한 정황도 파악됐다는 게 금감원 주장이다.

박 부원장보는 “통상 은행권 KPI가 1000점 만점인데 고위험 ELS나 ELT(주가연계신탁)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주요 지표 점수 비중이 30~40%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또 ELS가 손실 구간에 있더라도 고객이 환매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약정 수익률을 그대로 KPI 점수에 반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 같은 구조 때문에 은행 직원이 ELS를 많이 판매할 유인이 생겼고, 고객의 중도해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도 생긴 것으로 추정했다.

신탁계약서나 투자자정보 확인서 등 일부 계약 관련 서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10년간 보관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사례도 발견됐다. 금감원은 "가능하면 신속하게 불완전판매나 판매 행위에서의 불법 사항을 정리해서 배상기준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검사, 분쟁조정, 제도개선 검토에 이르는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H지수 반토막인데…올해 15.4조 만기 도래  

금융당국이 홍콩ELS 상품 판매사를 점검한 데는 손실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금융권의 홍콩 H지수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에 이른다. 은행이 15조9000억원(24만8000계좌), 증권사가 3조4000억원(15만5000계좌)을 팔았다. 투자자의 91.4%가 개인 투자자인데,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는 8만6000계좌(5조4000억원)가량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파생결합증권 투자 경험이 없는 투자자는 계좌 수 기준 8.6%로 나타났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판매 잔액의 약 80%에 달하는 15조4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올해 돌아오는데, 2022년 이후 H지수가 폭락한 영향으로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2021년 초 1만2000선까지 치솟던 H지수는 지난해 말 5700선으로 50% 가까이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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