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용천동굴 무너질라"…제주 그 도로, 시속60㎞ 이상 못달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계자연유산 보호 차원 

제주시 일주동로-용천동굴 교차지점 구간 안내 표시 구간. 사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제주시 일주동로-용천동굴 교차지점 구간 안내 표시 구간. 사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인 용천동굴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속도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상에서 달리는 자동차로 인해 발생하는 진동이 동굴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5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월정리 구간에 제한속도 60㎞를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세계유산본부는 최근 이 구간에 속도 제한 안내판을 설치하고 노면에도 제한 속도를 표시했다. 제한 속도 관리 구간은 용천동굴 상부에 위치한 김녕교회 앞 교차로(김녕리 1768-1)에서 만장굴입구 삼거리 동측 150m 지점(월정리 1817-3)까지 약 2.5㎞ 구간이다. 이 구간 제한속도는 지난해 3월 시속 70㎞에서 60㎞로 줄었으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고 세계유산본부는 전했다.

감속 결정은 2020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서 진행한 ‘제주도 천연동굴 보존관리방안 연구 및 조사’를 근거로 했다. 용천동굴이 도로 아래 7m 깊이 지점에 있어 실제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버스와 대형트럭은 시속 20㎞부터 진동 발생

제주시 일주동로-용천동굴 교차지점 구간에 설치된 60km 속도제한 안내판. 사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제주시 일주동로-용천동굴 교차지점 구간에 설치된 60km 속도제한 안내판. 사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실제 실험결과 승합차(2.2t)는 시속 40㎞ 이상, 버스(15t)·덤프트럭(40t)은 시속 20㎞ 이상부터 진동이 발생한다. 속도와 무게, 통행 반복 정도, 지속 시간 등을 고려한 결과다. 특히 속도를 80㎞로 설정하면 승합차는 진동 영향 범위가 반경 1m를 넘지 않았으나, 버스와 덤프트럭은 각각 3m와 3.7m라고 한다. 속도를 60㎞로 낮추면 버스와 덤프트럭 진동 영향 범위가 각각 2.2m, 2.8m로 감소한다. 제주도는 이를 근거로 2022년 제주경찰청·제주자치경찰단 등 관계 기관과 해당 구간 속도제한 방안을 논의했다.

2005년 전봇대 세우며 발견…동굴안 호수까지 

세계자연유산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지하 7m아래의 '용천동굴'의 내부 호수. 사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세계자연유산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지하 7m아래의 '용천동굴'의 내부 호수. 사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용천동굴은 2005년 5월 한국전력이 전봇대를 설치하기 위해 굴착 작업을 하던 중 발견됐다. 전체면적 47만7519㎡, 길이 3.6㎞ 정도다. 용암동굴은 형성된 이후 이차적으로 탄산염 동굴생성물이 자라는 독특한 모습이다. 용천동굴이라는 명칭은 같은 동굴에서 발견된 깊이 12m 이상 되는 호수가 마치 용틀임하며 솟아오르는 모습과 같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문화재청은 2006년 2월 용천동굴을 천연기념물 제466호로 지정했다. 이어 2007년에는 용천동굴을 비롯,벵뒤굴·만장굴·김녕굴·당처물동굴 등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김희찬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세계자연유산인 용천동굴을 보존하기 위해 다각적인 조치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9일 제주도 대표 관광지인 만장굴 입구 5m 위쪽에서 가로·세로 66cm 크기 돌덩이가 떨어져 입구 계단 일부가 파손됐다. 이에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2025년 8월까지 만장굴을 폐쇄하고 정비공사를 할 예정이다.

세계자연유산 만장굴은 낙석 사고

지난해 12월 29일 낙석사고가 발생한 만장굴 입구를 살펴보는 관계자들. 사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지난해 12월 29일 낙석사고가 발생한 만장굴 입구를 살펴보는 관계자들. 사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만장굴에서는 지난해 1월 27일에도 길이 2~7㎝의 낙석 4개가 떨어졌다. 세계유산본부는 원인 조사와 안전을 이유로 동굴을 폐쇄했고, 그해 3월 24일 재개방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용암동굴계’ 핵심 명소이자 천연기념물인 만장굴은 총 길이 7.4㎞ 중 1㎞ 구간만 공개해왔다. 만장굴에는 지난해 기준 55만명이 찾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