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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 막혀 길어진 뱃길…화주 속 타는데 뒤에서 웃는 이 회사

중앙일보

입력

후티 반군 대원이 홍해에서 나포한 배의 조종실을 여는 모습. 후티 측이 공개한 사진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후티 반군 대원이 홍해에서 나포한 배의 조종실을 여는 모습. 후티 측이 공개한 사진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홍해 일대에서 연이어 터지는 무장 단체 공격으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던 화물선이 운항 경로를 바꾸면서 운임이 치솟고 있다. 화물 운송을 맡기는 수출입 업체들은 운송비 부담이 커져 울상이지만, 수익성이 좋아진 해운회사들은 표정 관리 중이다. 5일 발표된 새해 첫 아시아-유럽 노선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TEU(긴 면 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대)당 2871달러로 1주일 전(2694달러)보다 6.6% 올랐다. 1년 전(1050달러)에 비해선 2.8배 오른 가격이다. SCFI는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선의 운임 지표다.

요금 상승을 부추기는 건 예멘의 이슬람 반군 후티다. 후티는 지난해 11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들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홍해를 지나는 선박 20여 척을 실제 공격하거나 위협했다. 후티는 3일(현지시간)에도 이스라엘로 향하는 프랑스 해운사의 컨테이너선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4일엔 소말리아 근해를 지나던 라이베리아 배에 해적이 침투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때문에 화물선들은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 한국을 출발해 유럽으로 가는 배는 보통 홍해→수에즈 운하→지중해→육지 도착 순으로 이동했는데, 수에즈 운하가 막히면서 아프리카 대륙 남단의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남쪽을 거치는 경로를 택한 것이다. 거리는 6500㎞ 더 길어지고, 시간은 7~8일이 더 걸린다.

업계에선 수에즈 운하의 통행량이 2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8위, 국내 1위 컨테이너 선사인 HMM도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이 노선의 항로를 희망봉으로 틀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운임 3배 오르니 해운사 주가 들썩 

배가 오고 가는 시간이 길어지면 다음 선박을 기다리기 위해 대기하는 화물이 많아진다. 전철역에서 열차 운행 간격이 길어지면 승객들이 붐비게 되는 원리와 같다. 외국에 더 많은 물건을 더 신속히 보내야 돈을 많이 버는 화주(貨主)들이 앞다퉈 뱃삯을 올려줘 가며 물건을 배에 실으려 경쟁하다보니 운임이 치솟는 것.

해운사엔 호재다. 다만, 내색하지 않고 표정 관리를 하는 모양새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몇 년 전엔 전염병(코로나19), 이번엔 전쟁 덕에 돈을 버는 상황이어서 자랑을 할 수도 없고 ‘우리도 힘들다’고 말할 수도 없으니 머쓱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북미 노선에 이용되는 파나마 운하도 가뭄 때문에 통항을 제한해 운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해운사 주가에도 반영됐다. 지난해 10월 1만3000원대였던 HMM의 주가는 지난달부터 급격히 올라 5일 2만550원으로 마감했다. 흥아해운도 같은 기간 1465→2850원으로 올랐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운임 인상이 특정 노선에서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며 “통행 제약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예멘 알 살리프 해역을 경계하고 있는 무장 대원. EPA=연합뉴스

예멘 알 살리프 해역을 경계하고 있는 무장 대원. EPA=연합뉴스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나

여기에 세계 2위 해운업체 머스크(Maersk)가 지난달 운송혼란 가산금과 성수기 추가금 부과 계획까지 밝히면서 화주들의 위기감은 더 커진 상태다. 물가 급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정부는 4일 긴금 점검 회의를 열고 상황 점검에 나섰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 주요 화주 측은 정부와 선사들에 운임료 급등 우려를 전달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소비자 물가에 미칠 여파를 고려해 해운사들이 운임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간접적 메시지를 전한 자리였다”며 “HMM 등 선사 측 참석자는 ‘국가 경제를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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