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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강 날고 내년 상용화인데…"UAM법 정비, 예산 확대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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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슈진단]

지난해 11월 전남 고흥군에 마련된 UAM비행시험장에서 국내 기술로 개발된 개인항공기(오파브·OPPAV)가 이륙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전남 고흥군에 마련된 UAM비행시험장에서 국내 기술로 개발된 개인항공기(오파브·OPPAV)가 이륙하고 있다. 뉴스1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수직이착륙기로 도심 하늘을 자유로이 오가는 개념의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이 정부 계획대로라면 내년 하반기에 상용화된다. 목표대로 된다면 헬리콥터보다 훨씬 조용하고 안전한 개인용 기체( PAV, Personal Air Vehicle)를 타고 도심을 날아다닐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한 단계별 실증작업도 시작됐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전남 고흥에 UAM용 비행시험장을 구축하고, 1단계 실증을 진행 중이다. 주변이 탁 트인 개활지에서 사전시험을 통해 UAM 기체 및 통신체계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통합운용도 수행한다.

현재 국내에선 한국공항공사·SK텔레콤·한화시스템 등이 참여하는 ‘K-UAM 드림팀'을 비롯해 대한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컨소시엄과 현대차·KT 컨소시엄 등 모두 7개 컨소시엄이 UAM 실증과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다만 아직 국제적으로 인증받은 기체가 없어 헬리콥터와 국내에서 자체개발한 1인용 기체 등 유사항공기를 사용 중이다.

1단계 실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오는 8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도권의 아라뱃길(경인운하)과 한강, 탄천 위에 설정된 '실증회랑'을 비행하는 2단계 실증에 들어가게 된다. 도심 안팎을 실제로 날아다니며 소음과 통신 장애 등  상용화를 대비한 각종 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최승욱 국토부 도심항공교통정책과장은 “2단계용 버티포트(UAM용 이착륙장)와 격납고, 충전시설 등은 한 지점의 실증이 끝나면 다른 지점으로 옮겨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이동형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관련 설계는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UAM 실증사업은 국제적으로도 앞서 있는 편이라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지난해 10월에는 UAM의 초기 상용화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도심항공교통법’(일명 UAM법)도 제정됐다. 최승욱 과장은 “우리나라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에서 제작된 기체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게 운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게 강점”이라며 “세계 주요 컨설팅 업체가 발표하는 UAM 경쟁력 순위에서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4등으로 평가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 상용화를 실현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기체 확보가 관건이다. 현재 실증작업에 사용하는 기체는 헬리콥터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한 1인승 기체인 ‘오파브(OPPAV)’등이다. 이 중 헬리콥터는 소음 때문에 실제 UAM 체계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또 오파브는 사업성 등을 고려할 때 최소 4~5인승은 되어야 하는 UAM용 기체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의 조비사가 만든 UAM용 기체인 'S4'. 사진 SK텔레콤

미국의 조비사가 만든 UAM용 기체인 'S4'. 사진 SK텔레콤

이 때문에 K-UAM 드림팀 등 국내 컨소시엄에서는 미국의 조비사 등 해외업체가 개발하는 기체를 들여올 예정이다. 2025년 하반기로 계획된 상용화 이전까지 해외에서 제작된 기체가 관련 인증절차를 모두 마친다면 전체 일정에 별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관련 인증절차를 전부 끝낸 기체는 아직 없다. 조비사가 만든 ‘S4’가 가장 앞섰다는 평가지만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인증이 완료되지 않았다.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2025년 상용화 목표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기체와는 별개로 국내에서 가능한 상용화 준비를 더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박진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장은 “실제 UAM 운항 시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교통관리체계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고, 버티포트 입지 및 인허가 측면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건의 협업도 중요하다”며 “UAM이 지상의 대중교통과 촘촘하게 연계되는 체계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기한 서울과학기술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도심항공교통법의 하위 법령이 실효성 있게 만들어져야 후속 절차들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해 가는 단계로 상용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법령과 실증 진행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계획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UAM용 이착륙장인 버티포트 조감도. 연합뉴스

UAM용 이착륙장인 버티포트 조감도. 연합뉴스

관련 업계에서도 여러 요구 사항이 나온다. UAM 관련 컨소시엄에 참여 중인 대기업 관계자는 “UAM법 제정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일이긴 하지만 너무 큰 범위의 법이라서 이걸로 상용화는 불가능하다”며 “실제 상용화에 적용할 수 있는 세부적이고 실용적인 시행령과 규칙들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실증사업에서 기체는 기업들이 들여오겠지만 버티포트 등 관련 인프라는 정부에서 지원해야 하는데 현재 편성된 예산으로는 상당히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라며 “실증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적정한 예산 편성과 집행이 동반돼야만 한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2단계 도심 실증은 아직 인증받지 않은 기체로 할 가능성이 높아서 안전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인증 기체를 운영하는 업체에 대한 안전규정과 운항사 허가 기준도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UAM은 도심교통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쟁력만 확보된다면 해외 진출도 가능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평가된다. 실증 단계별로 보다 치밀하게 점검하고 보완하고, 관련 법령 정비와 예산 확보에 더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안전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최우선 과제인 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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