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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美서 '165만대' 역대급 실적…다음 무기는 SDV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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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오전 경기 광명시 기아오토랜드 광명공장에서 열린 2024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오전 경기 광명시 기아오토랜드 광명공장에서 열린 2024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165만대를 팔아치워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중산층 국민차’ 대우를 받으며 미국 시장을 선점한 토요타를 빠르게 추격하면서 또 다른 일본차 혼다·닛산을 따돌리는 모양새다.

4일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과 기아 미국판매법인은 지난해 연간 판매량이 각각 87만370대(제네시스 포함), 78만2451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룹 전체로 보면 연간 판매 증가율 12.1%로,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차는 11.5%, 기아는 12.8% 늘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판매량이 미국 전통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스텔란티스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GM(257만7662대)·토요타(224만8477)·포드(아직 미집계)에 이은 4위로 유력하다는 것. 현대차그룹은 2022년 미국 시장 내 점유율 두 자릿수를 달성한 뒤, 올 상반기 10.6%를 차지하는 등 줄곧 1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는 1550만 대로, 전년보다 13% 증가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글로벌 공급망 타격→차량용 반도체 부족→인플레이션·고금리 등으로 잠시 움츠러들었지만, 지난해 다시 살아났다. 신차 가격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높긴 하지만, 자동차 업체들이 재고 판촉 행사를 적극적으로 펼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미국 신차 시장에서 일본 5개 자동차 회사(토요타·혼다·닛산·스바루·마쯔다, 각사 발표)의 지난해 판매량은 총 554만대에 이른다. 토요타는 224만대로, 총 판매량에선 현대차그룹(165만2821대)보다 많았지만, 전년 대비 성장률은 6.6%로 현대차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급성장 비결은 다음 세가지로 꼽힌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비결① 소매 판매 12% 증가…패밀리카 입지↑

현대차그룹의 소매 판매는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랜디 파커 HMA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기록적인 소매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3년 연속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가 렌터카·업무용차량 등이 아닌 ‘패밀리카’로 입지를 늘리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소매판매량이 2019년 대비로는 90% 수준으로 추가 회복의 여지가 있지만, 증가율은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결② ‘가성비’ 친환경차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전기·하이브리드차 전략도 먹혀 들었다. 대표주자는 현대차의 아이오닉5다. 지난해 미국에서 3만3918대를 판매했는데, 전년(2만2982대)보다 판매량이 48% 늘어나며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아이오닉5의 미국 판매가는 4만2785달러(약 5600만원)부터였는데, 비슷한 체급인 테슬라 모델 Y(4만7490달러, 약 6200만원)보다 약 4700달러(약 600만원)가량 저렴했다. 이밖에 현대의 싼타페 플러그인하이브리드·하이브리드, 투싼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과 기아의 EV6, 니로 등 친환경차 라인도 미국 내 성장을 견인했다.

비결③ 미국 SUV와 차별화한 라인업

다양한 SUV 라인도 강점 중 하나다. 21만대 가까이 팔린 현대차의 투싼을 비롯해 싼타페·팰리세이드, 14만대 이상 팔린 기아차의 스포티지 및 텔루라이드·쏘렌토 등이 지난해 잘나갔다. 탱크처럼 ‘무겁고 둔한’ 미국 SUV에 싫증난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업계에선 우려도 있다. 현대차가 집중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하고,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현대차의 무기 중 하나인 가격경쟁력도 떨어지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미국산 전기차’를 본격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식으로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내년 11월 치러질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력주자로 거론되는 것도 현대차엔 고민이다. 아직은 가정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올해 가동예정인 조지아주(州) 전기차 전용공장(HMGMA)의 전략도 다시 짜야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IRA를 폐지하고 화석연료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2022년 10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다섯째) 등 참석자들이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2022년 10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다섯째) 등 참석자들이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장기적으론 SDV(소프트웨어로 정의된 차) 생태계를 키우며 제품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SDV는 앱 업데이트로 신기능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차량을 의미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일 신년회에서 “최근 SDV전환을 가속하고 있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요소가 품질”이라고 강조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미국 자동차 판매는 1600만대에 이를 전망인데, 수요가 회복돼도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다”며 “특히 금리·환율 변동성 확대, 전기차 가격 경쟁 심화 등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서 “다만 현대차그룹은 올해도 두 자릿수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커넥티드카 서비스도 강화한다.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는 홈투카(Home-to-Car)ㆍ카투홈(Car-to-Home)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초연결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현대차ㆍ기아의 차량에 연결해 차에서 집안의 가전기기를 제어하거나, 스마트폰ㆍTV로 원격 차량 제어가 가능해질 전망. 사진 삼성전자

현대차는 커넥티드카 서비스도 강화한다.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는 홈투카(Home-to-Car)ㆍ카투홈(Car-to-Home)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초연결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현대차ㆍ기아의 차량에 연결해 차에서 집안의 가전기기를 제어하거나, 스마트폰ㆍTV로 원격 차량 제어가 가능해질 전망.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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