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진 542→2170명 늘렸다…경찰청장의 파격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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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7일 부산 동래경찰서 김만빈 강력1팀장(당시 경감)이 경정으로 승진하는 등 팀원 네 명 전원이 1계급씩 특진했다. 1년간 마약사범 189명을 포함해 강력범죄 피의자 280명을 검거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성과 기반의 특별승진(특진) 인사실험을 추진한 이래 최초의 팀 전원, 경정 특진 사례다. 김만빈 팀장(경정)은 "처음엔 팀원 두 명을 승진시키는 팀장이 돼보자는 각오로 함께 열심히 뛰었다"며 "마약 등 위험한 수사를 큰 사고 없이 마치고 전원이 승진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김 팀장처럼 2023년 한해 특진으로 진급한 경찰이 모두 217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청장 임기 첫해인 2022년(812명)보다 2.7배로 급증했다. 근속승진자를 포함한 연간 전체 승진자가 2만명안팎인 걸 고려하면 11%가량을 특진시킨 것이다.
경찰 특진자는 전임 문재인 정부 첫해 2017년엔 542명에 불과했다. 매년 늘긴 했지만 지난해 경찰 특진자는 그전 6년간 연평균 특진자(773명)와 비교해도 3배에 달한다. 그야말로 윤 청장의 파격적인 실험인 셈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윤 청장은 2022년 8월 취임한 뒤 ‘유능하고 실력있는 경찰’을 모토로 주요 수사 성과에 기반한 특진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전세·보이스피싱 등 악성사기’ ‘마약’ ‘건설현장 폭력(건폭)’ 근절을 국민체감약속 1·2·3호로 발표하면서 국민체감약속 수사 공적 특진자를 늘렸다. 지난해 건폭 76명, 악성사기 84명, 마약 수사 특진자가 50명이었다.

경찰의 승진은 크게 ①근속승진(직급별 근속연수) ②시험승진(연 1회 시험 통과) ③심사승진(근무·교육훈련 성적) ④특별승진으로 나뉜다. 이 중 특진은 ▶공약특진(경찰청 국·관별 중점과제 우수 공적) ▶수시특진(주요 사건 범인 검거) ▶정기특진(1년간 누적 공적)으로 다시 나뉜다. 경찰 승진임용 규정에 따르면, 계급별로 전체 승진 예정 인원(TO)에서 특진을 뺀 인원 중 50%를 심사승진, 50%를 시험승진 인원으로 정하고 있다(2026년이후 각각 70%, 30%). 전체 승진 규모가 늘지 않는 한 특진자가 많으면 심사·시험승진은 줄어드는 구조다.

경찰 내에선 특진 확대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지방경찰청 A 경감은 “과거엔 시험승진이 많아 대상자는 공부하라고 업무에서 빼주던 관행이 있어 다른 팀원들이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성과 특진이 늘면서 업무 능력으로 승진할 기회가 많아져 의욕이 더 생긴다”고 했다. 팀 특진 신설도 “특진을 상신할 때 서로 눈치 볼 필요가 없어졌다”고 환영했다.

승진 적체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 청장도 지난달 경찰 내부망에 “경감이 2만5000명에 육박하는데 심사승진에 7~8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사·시험 승진만으로 40대 후반~50대 경감에게 충분한 동기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수사부서, 지역경찰 등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감 팀장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주고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달 6일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디지털 기반 범죄예방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달 6일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디지털 기반 범죄예방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특진 기준에 공정성·객관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진은 주로 일선 경찰서와 시·도경찰청 추천을 통해 본청 공적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구조인데, 추천 과정에서 상사의 주관적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기북부경찰청 소속 B 경장은 “같이 고생해도 팀 안에서 줄을 잘 선 사람에게 특진 기회가 돌아간다”며 “일하는 것보다 상사 신경 쓰는 게 더 중요하다”고 토로했다.

정부에서 중점을 두는 분야에서 특진이 많은 만큼 수사력도 집중돼 지역 민생치안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 한 경찰서 소속 C 경위는 “청장이 공적으로 평가하는 중점 사건에만 수사력을 집중하게 돼 치안 공백이 생기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 숫자로는 지구대·파출소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지역경찰이 경제수사 인력의 두 배가량이지만 지난해 특진자 수는 지역경찰(155명)과 경제수사(154명)가 거의 같았다. 이렇다 보니 경찰들 사이에선 “위험 무릅쓰고 잠 못 자가며 현장 지키는 경찰들이 바보”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병원 치료를 받다 도주한 구치소 재소자 김길수 체포 과정에서 ‘내부 논의 없이 수갑을 채운 형사는 특진에서 제외됐다’는 주장이 나오며 논란도 불거진 바 있다.

경찰도 특진의 공정성을 보완할 방안을 마련했다. 경찰서 추천 단계에서 제출하는 공적기술서를 경찰통합포털 ‘폴넷’에 공개하거나, 업무성과·역량이 우수하고 내부 신망이 두터운 직원을 선정해 심사위원회에 포함한다. 또 특진 대상자를 상대로 감사 제도도 실시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공무원에게 있어 가장 큰 보상인 특진은 절차적 공정성과 결과에 대한 타당성이 생명”이라며 “이를 담보하기 위해선 심사위원회의 외부위원 구성 확대와 명확한 추천 기준 마련 등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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