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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태영 자구안, 자기 뼈 아닌 남의 뼈 깎겠다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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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복현

이복현

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 계획을 어기고 오너 일가만 지원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4일 이 금감원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태영 측이 마련한 자구안에 대해 “태영건설이 아니라 오너 일가 자구 계획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면서 “채권단 입장에서는 자기 뼈(태영)를 깎는 노력이 아니고 남의 뼈(채권단)를 깎는 노력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워크아웃 무산 등) 어떤 경우의 수가 와도 시장 안정 조치를 준비하고 있고, 선제적이고 과도할 정도로 (조치를) 충분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납득할 만한 자구안이 없으면 워크아웃 무산까지 열어두고 대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태영이 새 자구안을 이번 주말 전후로 마련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원장은 태영 측이 원래 약속한 자구 계획을 여러 차례 지키지 않은 점을 들며 “기초적 신뢰 축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태영 측이 하도급 업체의 대금인 상거래채권 1485억 중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않은 것에 대해선 “뭐라고 변명해도 그냥 약속을 안 지킨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보는 태영의 ‘약속 위반’은 이뿐만이 아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앞서 태영 측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1549억원) ▶에코비트 매각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4가지의 추가 자구 계획을 산은에 제출했다. 하지만 산은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은 일부인 400억원만 지원됐고, 블루원 지분 제공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태영이 약속한 자구 계획을 지키지 않고, 그 돈으로 오히려 오너 일가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이 아닌) 오너 일가의 더 급한 (부채를 갚는) 쪽으로 자금을 거의 소진한 게 아니냐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쓴 것도 회사 자금만 쓰고 대주주 일가가 가진 개인 명의 자금들은 따로 ‘파킹 돼 있는 거(빼돌린 것)’ 아닌가 의심들을 채권단에서 갖고 있다”고 했다.

SBS 매각과 관련해서는 이 원장도 태영 측이 밝힌 방송법상 제약이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SBS 지분뿐 아니라) TY홀딩스 상당 지분을 오너가 가지고 있으니 그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재원 마련을 채권단이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SBS 매각이 어렵다면 지주사인 TY홀딩스의 오너 지분이라도 내놔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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