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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업체, 미국 대선에 마음 졸이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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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시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공장. [사진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시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공장. [사진 LG에너지솔루션]

“사실 호재라고 보긴 어렵죠.”

국내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차기 대선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만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사해왔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2022년 8월부터 IRA를 시행하고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은 지난해 IRA로 얻은 영업이익이 1조원에 달하고, 2025년엔 1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IRA를 폐기할 경우 이런 기대는 사라지게 된다.

특히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확대한 상황을 고려하면 IRA 폐기 시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7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북미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있다.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을 미국에 짓고 있는 삼성SDI는 공장 가동을 앞당겨 올해 말 대량 배터리 생산을 시작하기로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2일 공개한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에 대한 기업의 대응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미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에 투자를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한국 기업들은 중대한 정치적 요인을 주요 변수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을 곧 ‘IRA 폐기’로 보는 건 성급하단 분석도 있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트럼프 공약의 핵심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인데, 그 대표 격인 IRA를 폐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IRA 폐기는 의회 상·하원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지보다는 의회의 구성이 더 중요한 면도 있다. 그래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IRA를 폐기하기보단 일부 조정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미 대선 결과보단 시장 성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미국 배터리 공장은 IRA 때문이 아니라 북미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에 건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IRA 폐기 또는 축소가 현실화한다면 타격이 없진 않겠지만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배터리 수요 확대’라는 큰 방향이 지속되는 한 사업 방향도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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