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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벌써 3% 뛰었다…100명 참사 이란, 호르무즈 해협 틀어막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가 지난 2019년 1월 공개한 석유 시추 시설. 사진 NIOC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가 지난 2019년 1월 공개한 석유 시추 시설. 사진 NIOC

이란에서 100명 이상이 사망하는 폭탄 테러가 벌어지는 등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국제 유가가 3% 이상 올랐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에도 양국이 원유 생산지가 아니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중동 지역의 전쟁이 확전 기미를 보이면서 유가 상승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이 '원유 동맥' 호르무즈 해협를 틀어막고 산유량을 조절한다면, 원유 수입 70%를 중동에 의지하는 한국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3.29% 상승한 배럴당 72.70달러, 3월 인도 브렌트유는 3.11% 오른 78.25달러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5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마감했고, WTI 하루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이날 유가는 리비아 최대 유전 지대에서 시위가 일어나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고,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프랑스 해운사 컨테이너선을 추가 공격한 게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폭발이 일어나 100명 넘게 숨지고, 전날 레바논에선 하마스의 정치 부문 2인자인 살리흐 아루리 정치국 부국장이 드론 공격에 숨지는 등 중동 곳곳에서 폭력 사태가 빚어지면서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란은 이들 사건의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며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전문가들은 향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를 봉쇄한다면 석유 수급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걸프만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석유와 가스가 대양으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로, 전 세계 석유의 약 20%가 통과한다. 지난해 하루 평균 1500만 배럴의 석유가 운송됐다.

이란은 미국 등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곤 했다. 이럴 경우 수입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는 한국에 상당한 타격이 된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동은 운송비가 저렴할 뿐 아니라, 정유업체 다수가 중동산 원유 정제 시절을 운영하고 있어 수입원을 바꾸기 쉽지 않다.

나아가 이란이 산유량까지 조절한다면 국제유가가 출렁일 가능성이 한층 커진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생산량이 줄긴 했으나, 이란은 하루 320만 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아홉 번째 석유 생산국이다.

헬리마크로프트 RBC 캐피털 마켓츠 석유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은 가자지구에 국한돼 있어 중동 원유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며 "더 광범위한 지역으로 분쟁이 퍼진 지금은 명백한 위험"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 미국의 국제 질서 조정 능력이 약화하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급 문제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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