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복현 “워크아웃 무산 등 어떤 경우도 준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 계획을 어기고 오너 일가만 지원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태영 자구안 남의 뼈 깎는 것”

4일 이 금감원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태영 측이 마련한 자구안에 대해 “태영건설이 아니라 오너 일가 자구 계획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면서 “채권단 입장에서는 자기 뼈(태영)를 깎는 노력이 아니고 남의 뼈(채권단)를 깎는 노력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워크아웃 무산 등) 어떤 경우의 수가 와도 시장 안정 조치를 준비하고 있고, 선제적이고 과도할 정도로 (조치를) 충분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납득할 만한 자구안이 없으면 워크아웃 무산까지 열어두고 대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특히 이 원장은 태영 측이 원래 약속한 자구 계획을 여러 차례 지키지 않은 점을 들며 “기초적 신뢰 축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태영 측이 하도급 업체의 대금인 상거래채권 1485억 중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않은 것에 대해선 “뭐라고 변명해도 그냥 약속을 안 지킨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주주 자금 파킹 의심”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보는 태영의 ‘약속 위반’은 이뿐만이 아니다. 산업은행이 따르면 앞서 태영 측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1549억원) ▶에코비트 매각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4가지의 추가 자구 계획을 산은에 제출했다. 하지만 산은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은 일부인 400억원만 지원됐고, 블루원 지분 제공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태영이 약속한 자구 계획을 지키지 않고, 그 돈으로 오히려 오너 일가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이 아닌) 오너 일가의 더 급한 (부채를 갚는) 쪽으로 자금을 거의 소진한 게 아니냐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쓴 것도 회사 자금만 쓰고 대주주 일가가 가진 개인 명의 자금들은 따로 ‘파킹 돼 있는 거(빼돌린 것)’ 아닌가 의심들을 채권단에서 갖고 있다”고 했다. 또 “블루원 매각 관련해서도 대주주 일가가 필요한 급한 채무 변제에 먼저 쓰고 남는 돈을 태영건설에 투입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SBS 못 팔면, TY홀딩스 지분 활용해야”

SBS 매각과 관련해서는 이 원장도 태영 측이 밝힌 방송법상 제약이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SBS 지분뿐 아니라) TY홀딩스 상당 지분을 오너가 가지고 있으니 그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재원 마련을 채권단이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SBS 매각이 어렵다면 지주사인 TY홀딩스의 오너 지분이라도 내놔야 한다는 의미다.

3일 태영건설이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관련 채권단 설명회을 열고 있다. 산업은행

3일 태영건설이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관련 채권단 설명회을 열고 있다. 산업은행

이 원장은 태영이 새 자구안을 이번 주말 전후로 마련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11일까지 최종 자구안을 제출해야 하는데, 그 전에 채권단 설득 시간이 필요해서다. 이 원장은 “(태영 측이) 유동성 조달 근거를 마련해 줄 수 있으면 충분히 워크아웃이 가능하다”면서 “당국이 해결할 부분이 있으면 저희도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 측에서 만나자고 하면 만날 의사가 있다고도 밝혔다.

한편 이 원장은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문제와 관련해 “판매 한도 관리 시스템, 성과핵심지표(KPI) 통한 고위험 상품 판매 드라이브, 계약서 미보관 등 전반적인 관리 체계상 문제를 발견해 추가 검사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불법 공매도는 “여러 IB의 700억 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 단서가 추가로 확인돼 일부는 조사 절차 후반부 단계에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