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엔 불가리스' 역풍…남양유업 '60년 오너 경영' 끝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해 6월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양사의 계약 불이행 관련 주식양도 소송 7차 변론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해 6월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양사의 계약 불이행 관련 주식양도 소송 7차 변론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잃게 됐다. 4일 대법원이 홍 회장 일가가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남양유업 주식을 넘겨줘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하면서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앤코가 홍 회장과 그 가족들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한앤코의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2년여간 이어진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은 한앤코 승리로 마무리됐다. 1964년 홍두영 창업 회장의 회사 설립 이후 60년간 이어온 홍 회장 일가의 남양유업 경영은 2대 만에 끝나게 됐다.

대법원은 “한앤코가 홍 회장 일가의 처우 보장에 관해 확약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남양유업은 2021년 4월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불매운동 역풍을 맞았다. 홍 회장은 한 달 뒤 대국민 사과와 함께 한앤코 측에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 원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그러나 홍 회장 측은 돌연 같은 해 9월 “한앤코가 계약 선행조건 중 하나인 오너 일가에 대한 예우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러자 한앤코 측은 홍 회장 측에 ‘계약대로 지분을 넘겨 달라’며 소송을 냈고, 홍 회장 일가가 주식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도 받아냈다.

1심 법원은 양측의 주식 매매 계약이 유효하다며 원고인 한앤코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앤코 대표가 2021년 5월 식사 자리에서 홍 회장 측에 “앞으로도 잘 대우하겠다”고 발언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구속력 있는 처우 확약으로 볼 수는 없다고 봤다. 홍 회장 측이 불복했으나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이날 원심을 확정했다.

홍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지분매각 단계에서 홍 회장 측과 한앤코 측의 법률대리인을 동시에 맡아 쌍방대리로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도 주장했다. 대법원은 김앤장 변호사들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쌍방대리 행위를 한 것은 맞다고 보면서도, 홍 회장이 이런 자문 행위에 사후적으로 동의했으므로 예외적으로 쌍방대리가 허용되는 ‘본인의 허락이 있는 경우’라고 판단했다.

한앤컴퍼니(한앤코) 측 대리인인 김유범 변호사가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앤코 간 경영권 분쟁 관련 대법원 2부 선고를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한앤컴퍼니(한앤코) 측 대리인인 김유범 변호사가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앤코 간 경영권 분쟁 관련 대법원 2부 선고를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한앤코는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인수합병(M&A) 계약이 변심과 거짓 주장들로 휴지처럼 버려지는 행태를 방치할 수 없어 소송에 임해왔다”며 “이제 홍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는 절차만 남았다. 홍 회장 측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 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