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잃게 됐다. 4일 대법원이 홍 회장 일가가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남양유업 주식을 넘겨줘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하면서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앤코가 홍 회장과 그 가족들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한앤코의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2년여간 이어진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은 한앤코 승리로 마무리됐다. 1964년 홍두영 창업 회장의 회사 설립 이후 60년간 이어온 홍 회장 일가의 남양유업 경영은 2대 만에 끝나게 됐다.
대법원은 “한앤코가 홍 회장 일가의 처우 보장에 관해 확약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남양유업은 2021년 4월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불매운동 역풍을 맞았다. 홍 회장은 한 달 뒤 대국민 사과와 함께 한앤코 측에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 원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그러나 홍 회장 측은 돌연 같은 해 9월 “한앤코가 계약 선행조건 중 하나인 오너 일가에 대한 예우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러자 한앤코 측은 홍 회장 측에 ‘계약대로 지분을 넘겨 달라’며 소송을 냈고, 홍 회장 일가가 주식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도 받아냈다.
1심 법원은 양측의 주식 매매 계약이 유효하다며 원고인 한앤코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앤코 대표가 2021년 5월 식사 자리에서 홍 회장 측에 “앞으로도 잘 대우하겠다”고 발언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구속력 있는 처우 확약으로 볼 수는 없다고 봤다. 홍 회장 측이 불복했으나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이날 원심을 확정했다.
홍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지분매각 단계에서 홍 회장 측과 한앤코 측의 법률대리인을 동시에 맡아 쌍방대리로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도 주장했다. 대법원은 김앤장 변호사들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쌍방대리 행위를 한 것은 맞다고 보면서도, 홍 회장이 이런 자문 행위에 사후적으로 동의했으므로 예외적으로 쌍방대리가 허용되는 ‘본인의 허락이 있는 경우’라고 판단했다.
한앤코는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인수합병(M&A) 계약이 변심과 거짓 주장들로 휴지처럼 버려지는 행태를 방치할 수 없어 소송에 임해왔다”며 “이제 홍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는 절차만 남았다. 홍 회장 측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 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