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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 이어 PF 부실 도미노 우려…증권가, “동부‧신세계‧롯데건설 위험”

중앙일보

입력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가 태영건설에서 멈추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시장에선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일부 건설사의 유동성 리스크(위험) 현실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렸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앞 모습.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렸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앞 모습. 연합뉴스

하이투자증권은 4일 보고서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이 맞물려 중소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단기 유동성 자금 확보가 중요해졌다”라며 “태영건설 사태로 중소형 건설사의 단기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부건설과 신세계건설을 취약한 건설회사로 거론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단기차입금 규모가 4189억원에 이르지만, 현금성 자산은 583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말 동부건설의 단기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낮췄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현금성 자산 1468억원에 단기차입금 1700억원 규모로 당장 위험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고 있는 대구 사업장이 많은 게 위험 요소로 꼽혔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건설은 대구 수성4가 공동주택, 대구 칠성동 주상복합 등 일부 미분양 현장을 중심으로 자금 사정이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을 우려하는 보고서도 나왔다. 하나증권은 이날 “도급 PF 규모가 크고, 1년 내로 돌아오는 PF가 유동성보다 크며, 양호하지 않은 지역에서의 도급 PF를 보유하는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을 지닌 기업은 태영건설과 롯데건설”이라고 밝혔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까지 도래하는 미착공 PF 규모는 3조2000억원이고 이중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미착공 PF는 지난해 1분기 기준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정한다”라며 “롯데건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하나증권은 롯데건설의 보유 현금을 2조3000억원 수준으로 파악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과정도 순탄하지 않은 상황이다. 전날 태영건설의 채권단 대상 설명회에서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 회장이 직접 참석하며 워크아웃 개시를 호소했지만, 채권단의 반응은 냉담했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강석훈 회장은 “이 자구안으로 채권단의 동의를 기대하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려면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다만 일부 건설회사의 위기 심화 가능성에도 이번 태영건설 사태가 대규모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대응 방안대로 워크아웃이 질서 있게 진행된다면, 지금 겪는 잠깐의 고통이 시장 회복을 빠르게 앞당길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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