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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협력 더 단단하게, 한·중 외교는 더 유연하게" [尹정부 외교안보 2기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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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미·일 협력을 제도화해 실질적인 과실을 수확하고, 중국을 본격적으로 끌어당길 때다."

[중앙일보 2024년 신년 여론조사]

신년과 함께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2기 외교·안보팀의 최우선 과제를 중앙일보가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 15명에게 물은 결과는 이렇게 요약된다. 대부분 전문가가 한·미·일 협력 제도화를 통한 성과 도출과 중국과의 관계 관리를 동시에 우선순위 과제로 꼽았다. 이는 대미·대중 외교와 관련해 응답자 과반이 "미·중 사이 중립과 균형을 중시해야 한다"(52%)고 답한 중앙일보 신년 여론조사와도 일맥상통하는 제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인사회에서 국기에 경례하는 모습.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인사회에서 국기에 경례하는 모습. 대통령실.

한·미·일 '공고화' 필요

전문가 15명 중 한·미·일 혹은 한·일 협력의 공고화를 우선 과제로 제시한 전문가는 9명이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3국 공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공조의 제도화를 신속히 추진해서 국내 정치의 변화로부터 보호할 기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과 8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신·원칙·공약 등을 흔들리지 않는 협력의 틀로 공고히 하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미·일 3각 협력에서 항상 '약한 고리'로 지적되는 한·일 협력을 국내 정치 상황과 별개로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업그레이드하거나 한·일 판 '엘리제 조약'을 마련하라"고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트럼프 귀환' 대비해야

이는 곧 미·일의 '리더십 리스크'에 대비하라는 주문으로도 이어진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선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유력한데, 최근 여론조사에선 트럼프가 바이든을 앞서고 있다.

일본에서는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 등으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내각 지지율이 10~20%대로 떨어져 조기 퇴진론까지 불거진 상태다.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

특히 중앙일보 조사에 응한 15명의 외교·안보 전문가 중 6명은 '트럼프 2기'가 도래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동맹 경시주의자인 트럼프의 귀환은 안보 비용이나 확장억제의 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안보에도 공짜는 없다'는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닥칠 경우 한반도 핵 불균형에 대응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는 재임 당시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했고,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를 5배 이상 올리려 압박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재선 시 북·미 협상 재개를 염두에 두고 몸값 올리기에 혈안이 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트럼프와의 대좌를 염두에 두고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 하는 가운데 확장억제 강화 이상의 복합적인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 등으로 대표되는 확장억제 강화 노력의 산물도 지속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통으로 나왔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오는 11월 미 대선 전에 워싱턴 선언과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중국도 끌어당길 시점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서 상당한 성과를 낸 만큼 한·중 관계 관리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지적 역시 비중 있게 제기됐다. 전문가 15명 중 10명이 대중 외교를 우선 과제에 올렸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한·중 간 상시 소통 체제를 시스템화·정례화해야 양국 간 억측·오해로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이 지난해 하반기 정상회담을 비롯한 고위급 소통 채널을 열고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가드레일' 마련에 공감대를 이룬 것처럼 한·중 간에도 일종의 오해·오판 방지 장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한국인의 반중 감정, 중국인의 반한 감정 해소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위해 한·미·일 협력과 한·중 협력이 '제로섬 관계'라는 오해부터 줄여야 한다는 제언이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한·미·일 협력이 잘 나아가야 중국과의 길도 열린다는 점을 여론이 분명히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과 협력할 때 다른 한쪽의 이익이 침해받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는 실용· 균형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고위급에서 중국이 불편해하는 예민한 현안 등에 대해 적절한 메시지를 낼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책임 있는 인사가 나서서 '한국은 중국에 적대적이지 않으며, 남중국해 등 현안에 입장을 내는 건 오로지 국익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만난 모습.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만난 모습. 대통령실.

이런 가운데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12월 지명 후 첫 일성으로 "한·중 관계도 한·미 동맹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장호진 신임 국가안보실장 또한 주러 대사를 지내는 등 사회주의 국가와의 외교 경험이 풍부해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한편 대통령실이 국가안보실에 3차장실을 신설하기로 하는 등 경제안보의 비중을 늘리는 데 대해선 옳은 방향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인적 구성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있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신설되는 국가안보실 3차장실은 미국의 국내 및 의회 정치와 중국의 정치ㆍ경제를 모두 섭렵한 인사로 채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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