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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周急而不繼富(주급이불계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제자 자화(子華)가 공자의 심부름으로 제나라에 가게 되자, 다른 제자 염자(子)가 당분간 홀로 계실 자화의 어머니를 위해 많은 곡식을 주자는 제안을 했다. 공자가 거듭 적당량을 제시했지만 염자는 결국 분에 넘치는 많은 곡식을 주었다. 이에 공자는 “자화가 살찐 말을 타고 값비싼 고급 가죽옷을 입고서 길을 떠났다고 들었다. 군자는 위급함을 두루 주선하여 도울 뿐, 부자에게 부를 더 이어주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周: 두루 주, 急: 급할 급, 繼: 이을 계, 富: 부자 부. 위급함을 두루 주선하여 도울 뿐, 부에 부를 이어주지 않아야. 24x73㎝.

周: 두루 주, 急: 급할 급, 繼: 이을 계, 富: 부자 부. 위급함을 두루 주선하여 도울 뿐, 부에 부를 이어주지 않아야. 24x73㎝.

우리 사회는 더러 ‘부자 감세’가 문제로 거론되곤 한다. 부자기업에게 감세 혜택을 주어 수출을 증대함으로써 외국 돈을 많이 벌어오면 결국 국민 전체가 부유해진다는 논리로 ‘부자 감세’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과연 그렇게 될까? 부자의 부를 이어주는 꼴이 되어 부자만 “살찐 말을 타고 값비싼 가죽 옷을 입는(乘肥馬 衣輕裘)”호사를 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부자감세는 자칫 가난한 사람을 허탈하게 할 수 있다.

‘복지’가 과해도 문제다. 복지를 믿고 힘들여 일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하지 않고서는 가난을 면할 수 없다. 그래서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는 속담이 있다. 가난한 자가 허탈함도 안 느끼고, 게으름 피울 생각도 안 하는 세금정책과 복지제도라야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한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